“온실가스 CO2 줄이고 원유 생산량은 늘린다”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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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 묻힌 땅속에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면서 원유 산출량도 늘리는 ‘원유 증산기법’의 첫 단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16일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노스다코타 주의 석탄 공장에서 부산물로 나온 이산화탄소를 320km 떨어진 캐나다의 웨이번 유전으로 가스관을 통해 보낸 뒤 지금까지 500만 t을 지하에 주입해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가스관의 길이는 서울∼대구 거리와 비슷하다.

‘웨이번 프로젝트’로 불린 이 작업에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의 중앙정부 및 주정부를 비롯해 주요 석유생산업체들이 다수 참여했다.

▽일석이조 효과=이산화탄소를 압축해 주입하는 지점은 생산정(生産井)과 가깝다. 원유가 묻힌 지층으로 들어간 이산화탄소는 높은 압력으로 원유를 생산정 쪽으로 밀어낸다. 특히 가벼운 성분의 원유(경질유)부터 밀어내 양질의 원유를 생산하도록 돕는다.

자연 상태의 지하 압력을 이용한 원유 생산 방식으로는 매장량의 10%밖에 뽑아내지 못한다. 물과 같은 액체를 주입해 압력을 높이는 기술로는 매장량의 20∼40%를 생산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면 이 비율이 60%까지 올라가 유전 수명이 더 길어진다.

새뮤얼 보드먼 미 에너지부 장관은 “웨이번 유전에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1년에 차량 2억 대가 뿜어내는 양과 같다”고 말했다. 이 기법이 세계 모든 유전에 적용되면 앞으로 10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50% 줄이면서 원유 생산량은 수십억 배럴 늘릴 수 있다는 것.

1954년 생산을 시작한 웨이번 유전도 몇 년 전부터 산출량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2000년 10월 4050만 달러(약 419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하루 270만 m³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서 하루 1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 생산해 유전 수명이 25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남은 문제들=지하에 주입한 이산화탄소가 안정적으로 격리되느냐가 실용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의 20개 연구기관과 함께 웨이번 지하의 이산화탄소 움직임을 앞으로 4년간 관찰할 계획이다.

이산화탄소의 누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질학적 구조를 밝혀내기 위해 지진파 측정기법을 활용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지하 유전에 주입된 이산화탄소의 약 30%만 격리되고 나머지는 누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화탄소 주입으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면 유전의 수명이 길어지지만 이 점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원유를 많이 소비하면 할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지는 악순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웨이번 유전도 앞으로 25년간 3000만 t의 이산화탄소가 주입되면서 1억30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 생산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추가 생산된 원유를 소비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처리해야 하는 ‘부메랑 효과’가 발생한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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