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승]‘파키스탄 상처’ 보듬는 한국의료진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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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의사가 떠난 자리를 메워 주신 한국 의료진에 감사드립니다.”

23일 파키스탄 노스웨스트프런티어 주 아보타바드 시에 있는 아유브 대학병원의 아더 부원장은 서울아산병원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구성한 긴급의료지원단에 연방 “고맙다”는 말을 했다.

아보타바드 시는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무자파라바드 지역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이곳도 환자들로 넘쳐난다.

22일 아유브 병원에 도착한 긴급의료지원단은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진료를 시작했다. 한국 의료진이 이틀간 아유브 병원에서 진료한 환자만 600명을 넘어섰다.

아유브 병원은 원래 1200병상을 갖춘 대형 병원이었다. 그러나 8일 규모 7.8의 강진으로 병원 건물이 흔들리자 병원 바깥에 야전 텐트 400개만 놓고 진료를 하고 있다. 한국 의료지원단도 병원 공터에 텐트를 치고 수술이나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 병상 수도 줄었지만 여진에 위험을 느낀 현지 의사들 중 3분의 2가 병원을 떠나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더 부원장은 “만약 한국 의료진이 오지 않았더라면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아유브 병원이 제구실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환자는 외상을 입은 사람이 많다. 한국 의료진의 빠르고 확실한 수술 솜씨는 벌써부터 환자들의 믿음을 얻고 있다. 발라코트에서 두 살 난 아들을 업고 왔던 아슬람(40) 씨는 “잘못했으면 아들이 두 발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며 치료를 해 준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차명일 의사에게 기쁨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국 의료진이 도착하자마자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준비가 철저하고 치밀했기 때문이다. 김세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때 의료지원 활동을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지진 발생 즉시 충분한 의약품과 다양한 의료진을 확보하는 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제 지구촌의 불행은 어느 한 나라만의 불행이 아니다. 그러나 돕는 방법은 국력에 따라 다르다.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파키스탄의 한 도시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한국 의료진을 보며 한국의 국력이 훌쩍 커졌음을 실감한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이종승 사진부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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