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동독주민 “슈뢰더 이겨라”…獨총선 지역대결 양상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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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조기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막바지 득표전이 한창이다.

독일의 여야는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상대방 헐뜯기는 물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인들로선 익숙한 풍경이다.

이번 독일 총선은 여러모로 한국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우선 집권 여당인 사민당(SPD)은 진보적, 야당인 기민련(CDU)-기사련(CSU) 연합은 보수적이라는 점.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기민련 당수가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성(性) 대결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지역감정까지 가세했다. 옛 동독과 서독 지역 주민들이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정치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사련 당수는 최근 “좌절한 동독 주민들에게 독일의 미래를 결정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여당의 맹공격을 받았고 야권 내에서도 ‘자살골’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한편에선 표가 훨씬 많은 서독 주민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독 주민들은 동독의 재건을 위해 매년 10조 원씩 쏟아 붓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불만이 높아진 상태. 이에 반해 동독 주민들은 서독의 두 배인 18%에 이르는 실업률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경제 격차로 인한 지역감정은 이번 총선을 지역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옛 서독 지역인 보수적 성향의 독일 남부는 기민련-기사련의 절대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동북부 지역은 여당인 사민당과 녹색당이 우세. 오스카어 라퐁텐 전 사민당 당수가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과 손잡아 만든 좌파연합은 동독 지역에서 30%에 이르는 지지율을 얻으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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