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당 9·11 총선 올인…자민 “우정 민영화外대안 없다”

  • 입력 2005년 8월 10일 03시 07분


《일본 정국은 우정민영화 법안 부결에 따른 중의원 해산의 충격 속에 ‘9·11 총선’ 체제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여야는 중의원 해산 다음 날인 9일 300개 선거구별 후보자 조정과 선거공약 수립 작업에 착수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주류는 우정민영화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개혁을 재추진할 수 있게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권 교체를 노리는 민주당은 우정민영화가 개혁의 전부가 아니라며 보다 근본적인 ‘일본 쇄신론’을 들고 나와 맞불을 놓는 양상이다.

▽자민당=고이즈미 총리는 9일 원폭 투하 60주년 기념식 참석차 방문한 나가사키(長崎)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퇴진하겠다”면서 “우정민영화에 대한 찬반 선거인 만큼 다수 국민이 찬성의 심판을 내려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전날 선거대책본부 모임에서는 민영화 법안에 반대한 의원 37명을 공천하지 않을 것임을 재천명했다. 기권·결석한 14명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민영화 찬성 여부를 확인해 찬성자만 공천키로 했다.

당내 반란 의원 37명 가운데 일부는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대체적인 의견은 촉박한 선거 일정상 무리한 창당보다 ‘무소속 모임’을 만들어 출마하자는 쪽이라 ‘선거전 분당’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부대표를 각각 본부장과 부본장으로 하는 총선대책본부를 설치키로 하고 9일 선거공약 점검 회의를 열었다.

목표는 창당 이후 최초의 단독 정권 수립. 분위기를 잘 타면 가능하다는 게 민주당의 해석이다. 그런 자신감 때문인지 자민당 내 민영화 반대파가 신당을 만들고 총선 협력을 제의해 와도 거절하자는 의견이 많다.

민주, 공산, 사민 등 야 3당 의석은 총 190석으로 과반에 51석 모자란다.

▽공명당=총 31명의 1차 공천자를 8일 발표하고 자민당과의 선거협력을 다짐했다. 당 독자적으로는 34석 현상 유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당 지도부는 “우정민영화 추진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호소하겠다”며 자민당 주류를 응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는 중의원 해산 직후인 8일 고이즈미 총리에게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자제를 공식 요구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선거 전 참배를 강행하게 되면 공명당과 자민당의 ‘동거’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역대 중의원해산 이색작명▼

이번 중의원 해산에 대한 작명을 놓고 일본 정가가 소란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중의원 해산은 이번이 20번째. 그때마다 해산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이름이 관행으로 붙어 왔다. 총선을 앞두고 각 진영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명명되길 바라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집행부는 ‘우정개혁 해산’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산에 반대했던 자민당 의원들은 “정권을 놓고 도박을 벌인다”는 뜻에서 ‘자폭 해산’ ‘벼락치기 해산’으로 부른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는 ‘일본 쇄신 해산’이라고 지칭한다. 결과적으로 정권교체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뜻. 고이즈미 총리의 독선에 빗대 ‘화풀이 해산’ ‘응석 해산’이라는 명칭도 거론되고 있다.

화제가 됐던 과거 중의원 해산 명칭
해 산 일해산 명칭당시 총리
1953년 3월바카야로(바보) 해산요시다 시게루
1966년 12월검은 안개 해산사토 에이사쿠
1980년 5월해프닝 해산오히라 마사요시
1983년 11월다나카 재판 해산나카소네 야스히로
1986년 6월죽은 척 해산나카소네 야스히로
1990년 1월소비세 해산가이후 도시키
1993년 6월정치개혁 해산미야자와 기이치
1996년 9월소선거구 해산하시모토 류타로
2000년 6월신의 나라 해산모리 요시로
2003년 10월마니페스토(정권공약) 해산고이즈미 준이치로
2005년 8월우정개혁해산(?) 자폭해산(?)고이즈미 준이치로

위 표는 화제가 됐던 과거의 중의원 해산 명칭.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日언론 총리에 잇단 화살▼

“오로지 돌파형의 총리 수법이 막다른 골목에 빠졌다” “정국 혼란을 야기한 총리의 책임이 크다” “당과 파벌을 무시해 온 총리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이다”.

일본 언론은 9일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중의원을 해산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독선적 정치행태를 일제히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정치부장 칼럼에서 “우정민영화나 사방이 꽉 막힌 외교에서 본 것처럼 오로지 돌파형의 고이즈미 수법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확실하다”고 비판했다.

사설도 “외교로 눈을 돌려보면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중국과 한국과의 균열은 깊다. 총리는 올해도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할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정치부장 칼럼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중의원 해산이 우정개혁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법안을 부결한 참의원의 구성은 바뀌지 않는다”며 “이번 중의원 해산은 ‘당의 파괴’ 그 자체에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며 정국 혼란을 야기한 총리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사설에서 “법안만이 아니라 당과 파벌을 무시해 온 총리의 정치수법과 인사에 대한 불만이 일시에 터진 것이다”며 “의원내각제에서 내각은 여당에서 나오는 것인데 내각이 여당과 싸워 활로를 찾으려 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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