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로 세수, 교육·취업 차별…日징용촌 우토로의 아픔

  • 입력 2005년 7월 23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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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라니요? 고국에서 억지로 끌고와 노예처럼 부려먹고 전쟁이 끝나자 방치하더니, 보상과 사과는 커녕 살고 있는 곳에서마저 내쫓으려 하다니….”

철거 위기를 맞은 일본 교토 우지시 강제징용 한인촌 ‘우토로 마을’

이곳 동포들을 돕자는 움직임이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다.

우토로 마을은 제2차 세계대전중이던 1941년 일본이 교토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해 강제 징집한 조선인이 하나둘 모여들어 만들어진 곳. 해방 후 귀국 배 삯조차 구할 수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이 그대로 주저 앉아 지금은 65세대 202명이 살고 있다.

▽청천벽력같은 강제 퇴거 명령▽

우토로 마을의 강제철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87년 토지 소유주였던 닛산차체(닛산자동차의 계열사)가 부동산업체 서일본식산에 토지를 매각하면서 부터. 서일본식산측은 주민들에게 무단점유라며 퇴거를 요구했고, 2000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강제 퇴거 결정을 내렸다.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다름 없었다. 일본 제국주의 전쟁에 동원돼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을 피땀으로 일궈 살아 왔건만 언제 쫓겨날지 모를 불안 속에 떨어지고 말았다.

현재 우토로 주민 대다수는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갔지만, 이들은 강제 퇴거가 집행되면 갈 곳도 없다.

지난 5일 유엔 인원위원회에서 우토로의 인권 유린 실태를 조사한바 있지만, 일본 정부는 철거에 단호한 입장이다.

우토로 땅을 매입한 서일본식산의 소유자는 한국인 3세. 그는 한국 정부에 토지 매입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끝나지 않은 식민의 고통▽

지금은 철거 문제가 부각됐지만, 그간 우토로의 역사는 일본 내 뿌리깊은 한인 차별의 역사 그 자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토로 주민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수도, 취업을 하기도 어려웠다. 조국의 역사와 글을 잊지 않기 위해 조그마한 학교를 짓기도 했지만 일본 정부의 탄압에 얼마안돼 문을 닫았다. 주민들은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입에 풀칠을 해야했다.

행정의 혜택도 전혀 닿지 않았다. 상하수도 시설이 안돼 70~80대 노인들이 펌프질을 해서 물을 길어 올려야 했다. 그나마 깊게 구멍을 뚫을 수 없어 벌겋고 기름이 둥둥 뜬 물을 그대로 쓰고 있다.

재일동포에 대한 연금 차별 역시 삶을 고단하게 했다. 병을 앓는 노인이나 생활보호대상자를 제외하곤 고령이라도 일을 해야 한다. 78세인 우토로 할머니는 지금도 하루 종일 휴지를 주우며 살고 있다.

광복 후 60년동안 한국정부도 일본 정부도 우토로 마을을 방문한 적이 없다. 한일협정에서도 외면당했다.

▽누리꾼들 “우토로를 돕자”▽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는 ‘우토로 살리기 서명운동’이 벌어져 하루만에 900여명이 참가했다.

게시판에는 “지금까지 몰랐다는 점이 부끄럽습니다”, “우토로 분들 힘내세요”, “한 푼의 배상도 안하고 토지 소유주를 앞세워 탄압하는 일본은 각성하라”, “정부는 무슨 사업이다 해서 헛돈 쓰지 말고 불쌍한 동포들을 도와야 한다”는 글이 이어졌다.

조용하던 우토로국제대책회의(http://www.utoro.net/) 사이트에도 누리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목표치 5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22일까지 3000여 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21일에는 대책회의와 아름다운 재단,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와 영화배우 안성기씨 등 각계 명사들이 참여한‘우토로 살리기 희망모금 캠페인’ 발족식도 열렸다.

▽대책위 “일본의 몰염치 전 세계에 고발할 것”▽

대책위 이종태 간사는 “우토로 주민들에겐 조국의 무관심이 강제 징용보다 더 고통스럽다”며 “아무도 돕지 않으니 시민단체가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특히 일본 정부는 전후 보상은 커녕 행정적 방치를 넘어 퇴거를 강요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로부터 땅을 불하받은 닛산도 도의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민간차원의 모금활동을 진행하는 한편,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일본 정부와 닛산의 비인권성을 고발하고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성금 계좌는 국민은행 006001-04-091586, 하나은행 162-910006-81704이며 예금주는 아름다운재단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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