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평화유지군들 性폭행 이젠 그만”

  • 입력 2005년 3월 25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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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사건과 인사 잡음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유엔이 또 다른 대형 스캔들에 휘말렸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유엔평화유지군의 성폭행 사태. 24일 발표된 ‘유엔평화유지군 성폭행 조사위원회’ 보고서는 내전 진압과 평화 정착을 위해 세계 각지에 파견된 평화유지군이 현지 민간인 부녀자를 성폭행하는 사례가 늘면서 오히려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성폭행을 한 군인에 대한 군법회의 회부와 급여 압류, 평화유지군 활동지역 제한 등 강경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성폭행 범죄는 ‘처벌 무풍지대’=현재 활동 중인 평화유지군은 8만여 명으로 콩고민주공화국, 부룬디, 라이베리아, 코소보 등 17개국에 파견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이들 국가에서 신고된 평화유지군에 의한 성폭행 범죄는 320여 건에 이른다.

특히 가장 많은 1만여 명의 평화유지군이 파견된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2003년 이후 150여 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으며 사건 피해자의 45%가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성폭행 군인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거나 비밀리에 본국으로 소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평화유지군 모집과 파견에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유엔 당국자들의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코피 아난 유엔총장의 의뢰로 이번 보고서를 조사 작성한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주재 요르단 대사는 “본국에 소환된 성폭행 군인들은 일정 기간 후 다른 국가로 다시 파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경대응책 시급=아난 총장은 최근 유엔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평화유지군 성폭행 문제에 대해 간략히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성폭행 군인의 책임을 확실히 묻기 위해서는 법정에 세워 심판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범행이 저질러진 국가의 군사법정에서 증인이 출석한 가운데 해당자를 심판하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성폭행 군인의 급여를 모두 압류해 피해 여성을 구조하는 데 사용하고, 평화유지군을 대상으로 통행금지를 실시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평화유지군 총예산의 25%를 분담하는 미국은 최근 각 나라로 하여금 평화유지군 윤리규정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이 재정 지원을 보류하는 법안을 미 하원에 제출했다.

제이드 대사는 “성폭행 범죄는 평화유지군이 주둔국 인권보호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문제”라며 “평화유지군 병사를 가장 많이 파견해 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요르단, 우루과이 등과 성폭행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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