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학 ‘빚더미’… 첫 파산

  • 입력 2004년 6월 22일 18시 55분


일본의 한 사립대학이 자금사정 악화로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신입생 감소에 따른 정원 미달로 고민해 온 다른 대학들은 “말로만 듣던 ‘대학 도산’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긴장하고 있다.

일본 동북부 센다이(仙臺)시의 도호쿠(東北)문화학원대는 21일 “300억엔(약 3000억원)의 부채를 자체 능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서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했다.

학교법인이 부실기업의 법적 정리를 위해 도입된 이 제도의 적용을 신청한 것은 처음이다. 채권자 동의를 얻으면 부채 경감 및 상환기간 연장이 가능하지만 채권자가 부결하면 이 학교는 파산 처리된다.

1997년 4년제로 전환한 도호쿠문화학원대는 의료복지 종합정책 과학기술 등 3개 학부에 2600명의 학생이 등록해 있다. 당초 2년제이던 이 대학은 신입생 모집 실적이 저조하자 4년제 대학 개설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환을 시도해 만성적인 자금난을 겪어 왔다. 77억엔의 필요 자금을 기부로 충당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자 가공 장부를 꾸며 인가를 받아낸 뒤 센다이시의 보조금과 학생 등록금 등으로 연명해왔다.

학교 재정이 바닥나면서 지난달엔 교직원 봉급 1억5000만엔을 체불하기도 했다.

대학측은 “재정상태가 좋은 다른 학교법인과 제휴해 대학 운영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대학의 회생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일본에선 인구 감소로 신입생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대학은 오히려 늘어나 대학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500여개 사립대 중 지난해 신입생 수가 정원에 미달한 대학은 147개교로 전체의 약 30%였다. 2년제 단기대학(전문대)의 경우 최근 5년간 24개교가 학생 모집을 중단했고, 4년제 대학 중엔 히로시마(廣島)의 릿시칸(立志館)대가 전후 최초로 올해 초 자진 폐교한 바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유사한 (파산)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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