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비아 관계개선 현실화

  • 입력 2004년 1월 26일 15시 56분


미국이 리비아와 관계개선을 위한 협상을 2월초 영국 런던에서 시작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협상은 지난해 12월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1986년 이후 계속된 대(對) 리비아 제재를 해제하고 81년 이후 단절된 외교관계를 복원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대표단 35년만의 방문=미 공화당 커트 웰던 하원의원(펜실베이니아주)을 단장으로 하는 공화-민주 양당 의회 대표단 7명은 25일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에 도착했다. 성조기를 단 미 군용기가 트리폴리에 착륙하기는 69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 집권 이후 처음.

이번 방문은 다음달초 관계개선 협상을 앞둔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웰던 의원은 도착 성명에서 "우리의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 장을 열었다"면서 "우리는 리비아의 여러 긍정적 조치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왔으며, 양국간 공식관계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대표단은 도착 첫날 지나티 알 지나티 리비아 의회 의장과 슈크리 가넴 총리를 만났다. 가넴 총리는 면담에서 "제재 해제를 위해 힘써 달라"고 부탁하고, "올해 안 양국 관계 정상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6일 출국에 앞서 카다피와 면담할 예정이다. 이들은 WMD 관련 시설 방문도 희망하고 있다.

▽관계 약사=양국은 근 30년간 대립해왔다. 미국은 각종 테러에 연루된 카다피를 제거하기 위해 86년 표적공습을 실시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공습으로 카다피의 양녀 등 37명이 숨졌다.

카다피는 오랜 제재에 따른 국제적 고립을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90년대 후반 팬암기 폭파사건 용의자 신병 인도를 시작으로 친(親) 서방 노선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