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이라고 하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어른 말을 듣지 않는 남자아이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 지난해 20세 미만 남성 ADHD 환자 수는 여성 환자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그러나 연령대가 20대 이상으로 올라가면 양상은 달라진다. 성인기 이후에는 여성 ADHD 환자 수가 남성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여성은 ADHD가 늦게 발병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ADHD는 신경 발달 장애의 일종으로, 후천적 질환이라기보다는 선천적인 특성에 가깝다. 성인 여성 ADHD 진단율이 높은 건 상당수의 여성이 아동·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돼서야 뒤늦게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같은 ADHD라도 성별에 따라 증상이 발현되는 양상이 다르다. ADHD는 크게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충동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주의력 결핍형, 과잉행동·충동성형, 혼합형으로 나뉜다. 남아는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두드러진다. 이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문제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교사나 보호자의 주목을 받기 쉽다.
반면 여아는 산만함, 건망증 등 비교적 조용한 증상이 중심이 되는 주의력 결핍형 ADHD가 많다. 흔히 ‘조용한 ADHD’라고 부른다. 수업 중 멍하니 앉아 있거나 과제를 자주 잊어버리는 여학생은 질환이 아닌 개인 성향의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10대 여성의 ADHD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다. 흔히 여성에게는 차분한 태도가 요구되다 보니, ADHD를 겪는 많은 여학생은 스스로 증상을 숨기거나 보완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 결과 진단 시점이 늦어지고 우울, 불안 등 정서적인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안정적인 교우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주위 낙인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지는 등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여학생들의 ADHD 조기 진단을 위해선 부모가 ADHD 증상과 치료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문수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튜브 등 상업적인 목적이 가미된 콘텐츠에는 부정확한 정보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운영하는 ADHD 홈페이지(www.adhd.or.kr)를 참고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같은 ADHD라도 성별에 따라 증상의 스펙트럼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여아가 과제에 오래 집중하기 어려워하고 딴생각하느라 다른 사람의 말을 놓치는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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