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이라크에 돈붓기…기술자,경호원 일당 100만원 넘어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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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지는 게릴라식 저항과 비효율, 낭비 등이 겹치면서 미국이 당초 예상한 이라크 재건비용이 모자랄 것으로 보인다.

뉴스위크 최신호(11월 3일자)는 2004년 미 국민이 부담하는 이라크 재건비용은 전비를 합쳐 적어도 13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은 이라크전쟁 시작 전에 747억달러를 의회에 요청했고 최근 870억달러를 추가로 요구해 놓은 상태이다.

먼저 줄을 잇는 테러공격으로 이라크에 안전지대가 없어진 것이 비용 상승 요인이다. 기술자의 일당은 위험수당이 45% 정도 붙어 거의 900달러(약 106만원)에 이른다. 항공 운송 보험료가 올랐고 도로 수송비도 노상강도 탓에 비싸졌다.

대부분의 외국 기업인은 무장 경호원 없이는 일을 보러 문밖에 나가지 않는다. 경호원 1명당 비용은 하루 1200달러(약 142만원)가 공정가격. 한 번에 적어도 2명 이상의 경호원을 써야 한다.

재건에 참여한 일부 미국기업의 과다지출과 정실계약도 비용을 높이고 있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이 몸담았던 핼리버튼은 이라크로 수입하는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1.59달러로 책정했다. 하지만 이라크인들은 같은 연료를 60% 선인 0.98달러에 살 수 있다.

페르시아만 움카스르항에서의 화물 하역비는 t당 12달러. 반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쿠웨이트의 항구에서는 3달러에 불과하다. 베남 폴리스 이라크 수송장관이 “비용이 너무 비싸 선박들이 오지 않는다”고 불평할 정도.

재건 초기 굵직한 계약은 제한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벡텔과 핼리버튼 같은 미국 기업에 돌아갔다. 최근 들어서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경쟁입찰을 선언했다.

정실계약은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면서 비용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당초에는 학교에 에어컨을 설치하도록 했는데 하청이 이어지고 납기가 짧아지면서 결국 개당 11달러짜리 선풍기를 천장에 달았다고 한 이라크 기술자는 밝혔다.

회계처리도 불투명해 영국 기독교지원단체 ‘크리스천 에이드’는 최근 이라크 임시군정이 이라크 재건비 50억달러 중 10억달러만 사용명세를 공개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뉴스위크는 “걸프전 이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파괴된 전력시스템을 3개월 만에 복구했지만 점령 6개월째인 미국은 아직도 바그다드의 10%에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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