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사우디 核협정" 끊이지 않는 中東 핵의혹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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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의 ‘핵 무장’ 움직임을 전하는 외신 보도가 심상치 않다.

미국으로부터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 핵사찰을 받아들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부속의정서에 서명하겠다고 한 걸음 물러선 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과 핵 협력 비밀협정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터졌다.

▽중동의 핵 욕구=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와 파키스탄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최근 비밀리에 핵 협정을 체결했다고 UPI통신이 파키스탄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앞으로 전개되는 사태를 보면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핵억지력을 공급하기로 합의한 것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압둘라 왕세제는 18일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 등 수행원 200명을 이끌고 파키스탄을 26시간 동안 전격 방문했다.

물론 미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의 모하메드 사디크 부대사는 “완전히 틀린 보도”라며 강력 부인했고, 사우디 대사관측은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이란은 21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NPT 부속의정서에 서명할 계획이며 IAEA에 전적으로 협조하는 동시에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은 이란이 평화적인 목적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할 권한은 있다고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시리아가 중동국가 중 첫 핵무기 보유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동 핵 경쟁 배경=중동국가들이 핵개발 의욕을 꺾지 않는 것은 일차적으로 ‘핵 강국’인 이스라엘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첨단 핵무기 200개를 확보한 세계 5, 6위의 핵 보유국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카네기재단의 핵 비확산 담당자는 “이스라엘의 핵무기를 고려하지 않으면서 이란의 핵 야망이나 이집트의 화학무기 등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네게브사막의 디모나에 있는 원자로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곳 인근에 핵 과학박물관을 지을 계획이라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핵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수니파가 이끌고 있는 사우디는 시아파가 집권하고 있는 이란의 핵개발 의도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의 압둘라 왕세제는 자국의 안보가 앞으로 10년간 더 취약해지고 세계의 핵무기는 더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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