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경제 탈색 정치 착색”…‘무역투자 자유화’ 목표 퇴색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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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무역투자 자유화’라는 당초 경제적 목표가 퇴색하면서 갈수록 정치적 이슈가 중시되고 있다.

1989년 각료회의로 시작한 APEC는 4년 뒤 정상회의로 승격했고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선언을 채택, 무역투자 자유화 일정(선진국 2010년, 개도국 2020년)까지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 마닐라 회의(1996년)에서는 행동계획이 채택됐고 1997년에는 15개 조기개방 분야가 선정되는 등 꾸준하게 자유화 단계를 밟아왔다.

최초 12개국에서 21개 회원국(대만 포함)으로 세를 키운 APEC는 현재 인구 25억명에 연간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19조달러에 이르는 지구촌 최대의 지역경제 블록.

그러나 2001년 9·11테러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해 11월 상하이 회의에서는 첫 대(對)테러 선언이 채택됐고 지난해 멕시코 회의의 2차 선언으로 이어졌다.

올해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회원국들은 18일 끝난 각료회의에서 9월 멕시코 칸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결렬된 무역자유화 협상을 재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치적 이슈에 파묻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이라크 재건작업에 대한 각국의 지지에 목말라 있고, 한국 중국 일본도 북핵 6자회담을 앞둔 의견조율에 신경 쓰고 있다. 멕시코 칠레 등 정치적 이슈에서 비켜선 회원국들조차 APEC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논의하는 창구로 삼고 있다.

APEC는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에 비해 결속력이 취약한 ‘협의체’ 수준에 불과하다. 회원국간 경제력, 문화 정치적 배경이 크게 다른 탓. 더욱이 1998년 비회원국들과도 자유무역의 과실을 공유하자는 ‘열린(open) 지역주의’를 표방, 구심력이 더욱 떨어졌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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