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유로화 도입 무산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59분


코멘트
14일 유럽연합(EU)의 명암이 엇갈렸다.

발트해 연안국인 에스토니아에서 실시된 EU 가입 찬반 국민투표는 압도적 지지로 가입을 확정했다. 반면 스웨덴에서 실시된 유로화 도입 국민투표는 부결됐다.

벨기에 브뤼셀의 EU 지도부는 에스토니아의 EU 가입 결정에 기뻐하기보다는 스웨덴의 유로화 도입 거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웨덴의 거부가 유로화는 물론 EU 체제의 안정성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새 식구=에스토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EU 가입 찬반투표 최종집계 결과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86만5000여명)의 67%가 찬성하고 33%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에스토니아는 내년 5월 1일 EU에 공식 가입한다.

에스토니아 국민투표 통과는 예상됐던 일. 50년간 구소련의 지배를 받아온 에스토니아에서는 EU 가입이 ‘새로운 주권침해’라는 반대론도 있었으나 EU 회원국이 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란 국민적 기대가 앞섰다.

▽딴 살림=스웨덴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540만명 가운데 56.1%가 유로화 도입에 반대했다. 찬성은 41.8%.

투표 결과는 EU 회원국이면서도 유로화를 쓰지 않는 영국과 덴마크의 유로화 도입 반대 여론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는 2000년 국민투표를 통해 유로화 도입을 반대했으며, 영국은 찬반투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들의 유로화 도입 거부로 도입을 적극 추진해온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 내각은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페르손 총리는 일단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가 아니었으므로 사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투표로 스웨덴은 EU 내에서 영향력을 잃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선거 직전인 11일 유로화 도입을 주창해온 안나 린드 외무장관이 피살되자 한때 동정론이 번지면서 찬성여론이 높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유로화를 도입할 경우 스웨덴의 복지가 다른 EU 국가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와 보수적인 농촌인구의 유로화 불신이 겹쳤다.

▽불안한 EU 체제=스웨덴의 유로화 도입 거부는 최근 문제가 되

고 있는 프랑스 독일의 EU 성장안정협약 위반과 맞물려 유로화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U 성장안정협약은 회원국의 연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의 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 유로화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EU의 중심축인 프랑스와 독일은 경제성장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이라크전쟁에 대해서도 심각한 내분을 드러냈으며, 단일헌법제정 과정에서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내년 5월 EU에 가입할 10개국도 기존 회원국에 비해 경제수준이 크게 떨어져 ‘무늬뿐인 통합’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