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美-이라크의 '바그다드 전략'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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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연합군은 7일 바그다드 중심부의 주요 건물을 맹공하는 등 이라크 지도부의 목에 칼을 정면으로 들이댔다. 그런데도 이라크는 생화학전, 인간방패, 시가전 등 예상됐던 대응 수단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양측은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걸까.

▽미영 연합군=7일 전광석화처럼 시작된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작전은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단기 시가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작전의 골격은 △대통령궁 등 핵심 포스트의 조기 점거 △파상적인 공습과 지상군 진격의 병행을 통한 단계별 구역 장악 △민간인 대상의 심리전으로 요약된다. 즉 도심에서는 요충지를 확보해 전초기지로 사용하는 전술을, 공군의 지원이 용이한 시 외곽에선 가가호호를 접수해 나가는 싹쓸이 작전을 구사하겠다는 것.

미군은 이미 바그다드시를 100여개의 구획으로 세분하고 대략 7, 8개의 핵심 거점을 지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군은 시내에서 대통령궁과 특수공화국수비대 기지, 바트당 본부 등을 최우선적으로 점령해 나가면서 동시에 시 외곽 경계선에 느슨한 초병선(哨兵線)을 설치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심리전을 펼 계획이다.

피란길에 나선 민간인들은 시 밖으로 빼내고 공화국수비대나 민병대원은 ‘투망’안에 가둬놓는 전략인 것.

▽이라크의 대응전략=이라크군은 정면 대응을 회피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날 미군에 저항한 병력도 대부분 페다인 민병대였다. 정예 공화국수비대와 특수 공화국수비대는 본격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CNN의 군사 분석가인 댄 크리스먼은 이라크가 바그다드를 가로지르는 티그리스강을 중심으로 서쪽은 내주고 동쪽을 지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먼씨는 “티그리스강의 서쪽은 대통령궁을 비롯해 정부청사가 몰려 있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대로가 잘 발달돼 있는 신시가지여서 이라크의 시가전에 부적합한 반면 미군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전차전에 유리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군은 △주민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고 △10층 이하의 낮은 건물이 밀집해 있으며 △좁은 골목길로 이뤄져 전차의 기동이 어려운 티그리스강 동쪽의 구(舊)시가지로 미군을 유인하고 있다는 것.

AP통신도 “이라크군의 전투력이 궤멸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인간방패나 장기간의 시가전 등은 모두 여전히 고려할 수 있는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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