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요원들 ‘돈가방’ 들고 이라크로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9시 36분


이라크 주요 부족의 족장들을 매수하는 비밀공작을 위해 정예 군인과 정보요원으로 구성된 미국의 수십개 팀이 수백만달러의 현찰을 가지고 이라크에 투입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공했던 전술에 바탕을 둔 이번 공작이 이미 수주간에 걸쳐 진행돼 왔다”면서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이라크 내에서의 비밀공작 자금으로 2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배정받았다”고 전했다.

아프간전 당시 미국은 개전 10일전부터 CIA 정예요원들을 헬기로 아프간에 투입, 일련번호로 연결되지 않은 100달러짜리 지폐 3만장을 뿌리기 시작해 모두 7000만달러를 반(反) 탈레반 정권의 북부 동맹의 매수에 사용한 바 있다.

미 정보요원팀들은 수니파 이슬람 부족지도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바그다드 주변 이라크 중부 농촌지역에서 집중 공작을 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구의 30%가량을 점하고 있는 수니파는 사담 후세인 정권과 같은 종파지만 종교적인 이유가 아닌, 실용적인 이유에서 후세인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후세인 정권은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부족들에 막대한 보조금과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을 지원해주고 있다. 영국으로 도피한 한 부족의 지도자는 “만약 후세인 대통령이 이들을 매수할 수 있다면 미국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인구의 60% 이상을 점하는 남쪽의 시아파 이슬람 부족 지도자들은 아직까지 미국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부추겼다가 손을 떼버렸던 1991년 상황의 재판을 우려하고 있고, 북쪽의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부족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매수공작은 미국과 영국 전략가들이 후세인 대통령이 축출된 후에도 이라크의 지도층은 그대로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며 CIA와 국무부는 군과 정보기관의 주요 인사들에게 새 정부에서 요직을 맡기겠다고 제의함으로써 배반을 유도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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