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 의존 탈피 독자외교 추진"

  • 입력 2002년 9월 23일 14시 57분


뉴욕 타임스는 22일 제2차세계대전 이후 국제 안보 문제에 관해 미국의 노선을 사실상 거의 그대로 추종해온 일본이 최근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선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17일 정상회담을 가진 사실을 지적하며 "일본은 전례 없이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취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타임스는 "미국과 일본은 북한 문제에 관한 견해차를 평가절하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북한의 미사일발사유예연장과 일본의 대북지원 등 북일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는 일본이 특히 인접국이나 자국민의 생명에 관한 관심사 등 국제적인 현안의 해결에 관해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북일정상회담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예리한 응수"라고 평가했다.

타임스는 또 북일정상회담이 한국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보다 보수적인 지도자가 승리할 수도 있는 대통령 선거를 3개월 앞두고 열린 것과 관련, "고이즈미 총리는 현재 북한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그대로 지키기 위해 공세적으로 움직인 것 같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이어 고이즈미 총리가 12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라크와의 전쟁 지지에 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부시 행정부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점을 예로 들며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일본의 저항은 수년간에 걸쳐 형성돼 왔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정책입안가들은 11년에 걸친 장기불황으로 인해 일본의 위상이 크게 약화된 것을 지켜봤으며 일본이 부유하기는 하지만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미국의 부속물처럼 대우받는 것에 점점 더 분개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타임스는 고이즈미 총리가 북일정상회담 이후 국내에서 신랄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일본에선 중요한 외교정책이 국민적인 토론을 거치지 않은 채 소수의 엘리트들에 의해 비밀리에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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