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가다<4>]청결-편안-안전하게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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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라키현 가시마시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서는 환경 정비 공사가 한창이다. [아사히신문 제공]
이바라키현 가시마시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서는 환경 정비 공사가 한창이다. [아사히신문 제공]
“월드컵 준비가 별건가. 한 번 쓸던 거 두 번 쓰는 거지.” 월드컵 경기 개최지인 일본 오이타(大分)시 와카쿠샤(若草)공원 청소관리인 요시모토 히로노리(吉本博則·68)는 요즘 하루에 4차례씩 공원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다. 평소 2차례에서 배로 늘렸다. 공원이 전철역 바로 옆에 있어 월드컵과 관련해 방문한 내외국인이 자주 찾기 때문. 상부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요시모토씨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내가 책임진 공원이 지저분하면 내가 망신스러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청결하고 안전한 월드컵을 치르려는 일본 월드컵 개최지의 내부 모토는 ‘우리 자신을 위한 월드컵’. 이벤트나 상품 판매 등은 일시적이지만 청결 안전 등 도시 이미지는 모든 방문객의 뇌리에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이는 중요한 도시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오이타현 월드컵추진국 후지타 다카시(藤田敬·45) 주사는 “월드컵을 계기로 청결하고 편안한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주민들에게 위생, 안전의 필요성을 알리고 이를 지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이 아닌 교육 위주의 대책은 눈에 띄게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역특산물이 복어 고등어일 정도로 생선회를 많이 먹는 탓에 심심치 않게 발생하던 식중독이 올들어 사라졌다.

지난달 25일 현 중앙보건소와 벳푸(別府)식품위생협회는 벳푸시의 레스토랑 ‘드라이브 인 하우스’ 등 외국인이 자주 찾는 식당에 대한 불시 점검에 나섰다. 결과는 전 업소 ‘양호’.

‘깨끗한 거리 만들기’도 ‘도시 업그레이드’에 일조하고 있다.

시즈오카(靜岡)현 후쿠로이(袋井)시 아이노(愛野)역에서 월드컵경기장 에코파(ecopa)까지 약 1㎞ 도로 양쪽에는 월드컵 출전 30개국(한국, 일본 제외)의 국기와 후쿠로이시 학교, 시민단체 등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화단이 설치돼 있다. 시 직원 안마 마사요시(安間正義·49)는 “학교와 시민단체들이 화단을 하나씩 맡아 만들었다”면서 “대회 후에도 테마를 달리해 화단을 계속 가꿀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다른 개최 도시들도 도로 곳곳을 정비하는 등 부분적인 보수 공사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월드컵 이후 과잉 투자의 ‘거품’을 줄이기 위해 숙박이나 편의시설을 신축하기보다는 교통을 개선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4만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이타시와 벳푸시의 숙박업소 수용 인원은 모두 3만여명. 두 도시는 교통편을 확충해 방문객이 인근 도시에서도 편히 숙박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월드컵조직위 오이타지부 다카오 다카하타(高畑多嘉夫·56) 지부장은 “임시열차와 버스를 편성, 후쿠오카(福岡) 등 인근 대도시로 관광객들을 빠르게 수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즈오카현도 온천 지역인 아타미(熱海)시에서 관광객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숙박 문제를 해결했다. 현 생활문화부 월드컵 추진실 오타 나오키(太田直樹·40) 주사는 “신칸센 특별열차를 편성,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고 고급 여관은 요금을 대폭 낮춰 손님을 유치할 것”이라며 “경기 종료 후 들어오는 손님들을 위해 체크아웃 시간도 대폭 늦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전 대책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요코하마(橫濱)시는 지진 등 재해 발생에 대비해 안전한 대피 장소와 재해 대처 요령 등을 담은 지도를 제작해 방문객에게 배포하기로 했으며 외국인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참가국의 대사관 위치를 담은 지도도 만들었다. 시민들은 ‘가디언 에인절스’란 단체를 만들어 야간순찰 등 방범활동을 할 계획이다. 요코하마, 사이타마시 등은 관광객 안전의 잠재적 위험 요소인 노숙자를 위해 무료 캠핑촌을 설치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캠핑촌이 오히려 노숙자 등을 늘리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논란도 있지만 결국 시가 노숙자를 수용할 캠핑촌을 설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또 교통사고 및 혼잡을 피하기 위해 이들 도시는 경기장의 일정 범위 내에 승용차 출입을 금지하고 수천명의 자원 봉사자를 곳곳에 배치해 관광객과 관중을 안전하게 유도할 계획이다.

오이타현의 월드컵 경기 당일 1일 소비 예상 총액
항목예상인원(명)예상금액(엔)
숙박비2만97004억5100만
식사비3만32002억6425만
교통비8만60008억1000만
기타물품구입비4만32004억8605만8000
19만210020억1130만8000
자료제공:오이타현청
관전 티켓 구입비, FIFA 조직 운영비, 해외·국내 이동비 제외. 숙박객은 경기 당일분만 계산. 캠프 등 불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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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만명 후쿠로이市 ‘클린 업 작전’▼

시즈오카(靜岡)현 후쿠로이(袋井)시는 멜론이 특산물인 인구 6만1000명의 한적한 전원 도시다. 이 곳에 월드컵 경기장 ‘에코파’가 들어서면서 번잡해졌다.

후쿠로이시는 5월부터 시민 기업 시청이 함께 ‘클린 업 작전’을 시작했다. 도시 꾸미기 운동이다. 도로 주변의 풀 뽑기와 안내판 손보기에서 시작해 도로 정비, 하천 정비 등 굵직한 사업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개막을 한달 가량 남겨두고 있어 다소 이르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클린 업 작전’은 단지 월드컵만을 위한 일과성 행사가 아니다. 일본 국민체육대회 후쿠로이시 실행위원회의 마에다 후미오(前田富美雄·59) 이사는 “클린 업 작전은 내년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후쿠로이시의 ‘월드컵 담당자’들의 명함에는 월드컵이란 단어가 없다. 월드컵 업무를 국민체육대회 추진과에서 맡고 있기 때문. 한국 전국체전과 비슷한 일본 국민체육대회의 개·폐막식이 에코파에서 열린다. 이 때문에 월드컵은 국민체육대회를 향한 과정이기도 하다.

월드컵은 후쿠로이 시민에게 ‘마무리’가 아닌 ‘시작’이다. 시의 월드컵 관련 사업 계획인 ‘고 올(Go All) 캘린더’에는 월드컵 폐막 이후의 스케줄이 그득하다.

<특별취재팀>

하준우기자 hawoo@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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