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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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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은 뉴욕타임스가 아닌,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됐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는 자사의 칼럼니스트를 제치고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만을 최고의 외교문제 칼럼니스트로 소개한 바 있다. 서로 최고의 정론지임을 자부하는 두 신문이 한층 성숙한 경쟁관계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다음은 루이스 사장 기고문 요약.
“엔론을 파멸로 몰고간 용의선상에는 경영진과 이사, 회계사, 정부기관, 정치인, 변호사들이 올라 있다. 하지만 하나 빠진 게 있다. 언론이다. 언론은 경보음을 울리는 데 실패했다.
언론은 그동안 햇볕 아래서 일하는 정부에 대해서는 엄격히 감시해 왔지만 문 뒤에서 일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다. 대기업의 나팔수가 되거나 경영인을 영웅이나 악당으로 묘사하는 인물론적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 이미 전투가 끝난 뒤에 상처입고 쓰러진 부상자를 공격하곤 했다.
이제 세계적 기업들의 권력은 정부와 버금가는 시대가 됐다. 만약 헌법을 다시 쓴다면 대기업의 권력남용을 견제하는 조항을 집어넣어야 할 것이다. 언론은 워터게이트 때와 똑같은 열정으로 제 2의 엔론을 파헤쳐야 한다.
그러나 언론과 대기업의 관계는 복잡하다. 오늘날 언론기관 자신이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굴지의 기업들이다. 비용을 줄이고 순익을 늘려 주주들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다른 기업과 똑같은 압력을 받고 있다. 언론기업이 성장하고 사세를 확장함에 따라 수많은 윤리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그렇다고 언론에 기업으로 커나가는 것을 포기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재정 독립을 침해받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까다롭고 복잡해지는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대기업들도 감시자(watchdog)로서 더 역할이 커지고 있는 언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언론기관은 언론으로서도, 또 재정적으로도 성공적일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