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군용기 충돌 갈등 증폭…中외교부 노골적 비난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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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사고 책임 문제를 놓고 미중간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노골적으로 미국을 비난했고, 미국은 18일 베이징(北京)에서 시작되는 후속 협상에서 중국측에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중국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미 정찰기 승무원 24명은 14일 워싱턴주 위드비 섬의 해군기지로 귀환해 가족과 상봉했다.》

▼美승무원 "기체 뒤집힌채 2250m 추락"▼

중국 전투기와의 충돌 당시 미국 정찰기 승무원들은 비행기가 빙빙 돌면서 수천m를 자유낙하하자 ‘이제 죽었구나’하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장인 셰인 오스번 해군대위를 비롯한 승무원들은 14일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충돌→자유 낙하→비상 착륙’으로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을 소상히 밝혔다.

“앞서 두 차례나 1.5m 내로 접근했던 중국 전투기가 정찰기 프로펠러와 정면 충돌했다. 부서진 전투기의 꼬리는 정찰기 동체에 구멍을 냈고 머리는 정찰기 기수 부분과 부딪쳤다. 기체 내로 바람이 밀려들어오면서 정찰기가 거의 뒤집힌 채로 2250m를 추락했다.”

오스번 대위는 이 순간 “‘이 녀석(중국 조종사)이 우리를 죽였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스번 대위는 즉시 승무원들에게 낙하산을 착용하도록 지시했다. 지상 3000m 상공에서 비행기는 겨우 통제됐다. 이때 선택은 두 가지.

하나는 승무원들을 낙하산으로 탈출시킨 뒤 비행기를 바다에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상착륙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비상착륙을 택한 오스번 대위는 일부 승무원에게 조난신호를 보낼 것을 지시하고 나머지에게는 기밀정보를 파기토록 명령했다.

정찰기가 하이난(海南)섬 링수이(陵水)비행장에 착륙해 엔진을 껐을 때 중국 군인들이 벌써 비행기 탑승구 앞에 와 있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中 "미국에 푸른솔처럼 강력대응"▼

“아침에 중국 하늘을 떠나 만리이역 남미에 온 지 열흘이 지났다. 마주보는 해안에 비를 동반한 바람소리 거세니 푸른 솔은 산처럼 든든함을 자랑한다(朝辭華夏彩雲間 萬里南美十日還 隔岸風聲狂帶雨 靑松傲骨定如山).”

중남미 6개국 순방길에 쿠바에 들른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친필로 써준 7언절구다.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사고 원인 규명 등을 둘러싸고 양국간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이 시가 미 정찰기사건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대미(對美) 관계를 빗댄 것이라며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에 대해 중국이 푸른 솔처럼 꿋꿋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홍콩 진후이(浸會)대학 황즈롄(黃枝連)교수는 “시구 중의 ‘마주보는 해안(隔岸)’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대만해협, 쿠바와 미국간의 플로리다해협, 나아가 태평양을 사이에 둔 중국과 미국 사이를 모두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황 교수는 또 “‘비를 동반한 바람소리’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과 쿠바는 이에 굴하지 않고 ‘푸른 솔’처럼 굳게 대응할 것임을 암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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