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아시아]금융개혁 부진…침체 심화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30분


내년 아시아 경제는 호재는 별로 없고 악재만 많은 ‘우울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추진돼온 부실채권 정리 등 금융구조개혁이 부진한 데다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정치불안도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후지종합연구소는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5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1.2%포인트 낮은 5.0%로 전망했다. 또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를 포함한 9개국 평균은 6.4%로 올해보다 1.0%포인트 낮게 잡았다.

그러나 이는 미국 경제나 유가 등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배제한 가장 낙관적인 수치. 이 연구소 고바야시 도시유키(小林俊之) 주임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침체와 유가 급상승, 정보기술(IT)의 수요 급감 등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아시아 경제의 침체는 예상보다 더욱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적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경제의 향방. 미국 경기가 둔화되면 대미(對美)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각 국의 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또 반도체와 컴퓨터 관련 하드웨어 등 정보기술 제품의 수요 증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어 이 기조가 지속될 경우 아시아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도 치명적이다. 메릴린치는 최근 유가가 배럴당 32∼33달러선까지 오르면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원유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은 더욱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일본의 경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기업이윤 증가와 민간소비 회복을 근거로 내년에 2.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5일 발표된 올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기업의 설비투자만 다소 늘었을 뿐 민간소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것.

스미토모생명 종합연구소 기리시마 가즈타카(霧島和孝) 주임연구원은 “수출 부진으로 인해 기업수익이 악화되면서 임금 억제와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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