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인재 붙잡기 묘안백출…게임룸 기본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기업들이 많이 입주한 미국 워싱턴 근교 타이슨스 코너 1919의 빌딩 10층은 사무실 같지 않은 기업 사무실이다. 복도의 천장과 벽이 유리로 장식돼 있고 빨강 초록 파랑의 광선들이 요란하게 춤춘다.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다. 라운지에 가면 최근에 나온 세가 드림캐스트 비디오 게임기나 미니축구 오락기에 열중하는 사람도 많다. 냉장고에는 먹고 마실 것이 가득하다.

이 곳은 인터넷기술 자문회사 iXL사의 워싱턴 지사 사무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직원들의 이직을 막으려고 이처럼 일터를 놀이터같이 꾸미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즘처럼 구인난이 극심할 때는 공세적인 스카우트 못지않게 기존 인재들의 이직을 막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

워싱턴포스트는 “때로는 수비가 최선의 공격이듯이 현재의 직원들을 잘 대우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회사 직원들을 끌어오는 데도 효과를 발휘한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iXL사는 최근 6개월 사이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들여 100여명이 일하는 사무실들을 첨단 게임룸이나 일본식 정원처럼 개조했다. 결혼하지 않은 젊은 사원들은 퇴근할 이유를 못 느낄 정도. 집에서보다 더 재미있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인트라넷’을 개발한 풀마트사의 자회사 모틀리 풀사(버지니아주 올드타운 소재)에는 아예 사무실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책상은 온통 장난감으로 뒤덮여 있고 회의실도 놀이방이나 다름없다. 회사측은 “이런 환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설명한다.

온라인 상품구매 보안시스템을 개발 중인 멘탈피직스사는 새 사원이 오면 어떤 모양으로 책상과 의자를 만들었으면 좋겠는지 묻는다. 색상은 물론 출입문 모양도 스스로 선택한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들을 사랑하라, 안 그러면 잃고 만다’는 책을 쓴 인력관리 전문가 비벌리 케이에의 말을 인용해 “직원들을 붙잡고 싶으면 자기들이 스스로 작업공간을 설계하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옷차림도 내키는 대로 하도록 해줘야 하는 세상이 됐다”고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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