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할머니 '수요집회' 400회…피맺힌 절규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일본 교과서에 진실이 실리고 일본 정부가 희생자 추모비 건립과 함께 공식사죄하는 그 날까지 집회는 계속될 겁니다.”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교보빌딩 앞.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를 벌여온 위안부 출신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 등 300여명이 집회 400회를 맞아 기념식을 가졌다.

92년 1월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구(舊)일본대사관 앞에서 첫 시위를 가진 할머니들은 95년 고베대지진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단 한차례 거른 것을 빼곤 한번도 집회를 거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일본대사관이 증축관계로 교보빌딩으로 이전한 뒤에는 시위장소도 이곳으로 옮겼다.

할머니들의 8년간의 ‘작은 외침’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낸 끝에 93년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특별법을 제정한 것을 비롯, 각종 해외세미나와 국제회의 참가를 통해 98년 유엔인권위원회가 일본 정부의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도록 한 것 등이다.

그러나 행사에 참석한 할머니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약 없는 ‘투쟁’을 함께하다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내 몫까지 뛰어달라”며 하나둘 유명을 달리한 동료들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91년 당시 위안부 출신 생존자는 190여명으로 파악됐으나 위안부 생활로 얻은 각종 질환으로 그동안 세상을 뜬 할머니는 40여명.

정대협 양미강총무(40)는 “올 12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한국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7개국이 공동으로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국제법정’에 참석해 일본의 정신대 만행을 규탄하는 행사를 갖고 공식사과와 배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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