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엑슨모빌 인터넷주소 한국청년이 선점…합병前 등록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27분


세계 거대 기업이 20대 한국 젊은이에게 ‘허’를 찔렸다.

1일 엑슨과 모빌이 합병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세계 최대 석유회사로 떠오른 엑슨모빌이 도메인네임(인터넷 주소)을 한국인 청년에게 선점당한 것. 경기 하남시에 사는 문상혁(文祥爀·28)씨가 화제의 주인공.

그는 현재 웹과 관련된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회사와도 합작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문씨는 엑슨과 모빌의 합병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5일 www.exxonmobil.com과 www.exxon―mobil.com 등 2개의 주소를 미국내 도메인관리회사에 재빨리 등록했다. 등록비는 70달러.

이에 따라 엑슨모빌은 거액을 주고 이 주소를 되사들이거나 ‘엑슨모빌’이라는 이름으로 된 주소를 포기하고 다른 주소를 사용해야 한다. 다른 주소를 쓸 경우 엄청난 홍보비를 들여야 할 판.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3일 “엑슨모빌이 무려 8백10억달러짜리 합병을 하면서 정작 인터넷주소 등록을 늦게 하는 바람에 무명의 한국 사이버 스쿼터(무단점거인)에게 이를 빼앗겼다”고 보도했다.

다급해진 쪽은 엑슨모빌. 문씨는 전화인터뷰에서 “엑슨모빌측이 도메인네임을 팔 의향이 있느냐고 연락해 왔으며 현재 협상중”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럽회사도 팔라고 제의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내 변호사와도 협의중이라고 했다.

그가 등록을 마치자 한발늦은 다른 스쿼터들로부터 “몇시간 차이로 당신이 나보다 먼저 등록했다”는 푸념과 함께 축하한다는 E메일이 쏟아지고 있다. 4일 아침에는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와 40여분간 전화인터뷰를 했다.

아직 구체적인 협상액수는 거론되지 않은 상태. 웹사이트 주소거래와 관련해 올 7월 컴팩컴퓨터사는 자사의 검색엔진인 알타비스타의 주소(Altavista.com)를 주소 선점자로부터 3백만달러에 사들인 적이 있다.

엑슨모빌이 문씨의 주소대신 다른 주소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련속에 일부 스쿼터들은 ‘www.Exxon―Mobile.com’이나 ‘MobilExxon.com’으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메인네임 선점’이란 일부 비난 여론에 대해 그는 “자신이 찾아낸 정보에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행위는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복권보다 오히려 정직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수많은 네티즌과의 경쟁을 뚫고 가장 먼저 등록한 것에 대해 “운도 좋았으며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미혼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하고 “개인적인 신상이야기는 나중에 협상이 끝났을 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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