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망하면 아내는 어떤 심정이 될까. 그것도 봉급 많고 사회적 평가도 높아 망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않았던 「일류 회사」일 경우.
처음에 느끼는 공통점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다. 그러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자신도 일거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부부사이가 더 좋아지기도 한다. 나이에 따른 미묘한 차이도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도산한 야마이치(山一)증권 직원 부인들의 심경과 생활을 연령별로 취재, 30일 보도한 내용은 경제구조 조정으로 대규모 실업이 예상되는 한국에서도 남의 일 같지가 않을 듯하다.
▼30대 부인〓도산 소식이 전해지기 전 남편으로부터 『각오는 하고 있으라』는 말을 들었으나 『설마 이렇게 빨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 하루종일 TV뉴스를 본 뒤에야 현실감이 느껴졌다.
이웃사람들이 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피해가는 것이 너무 슬펐지만 이상하게도 침착해졌다.
그러나 곧 나도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을 펴들면 자연스럽게 구인란에 눈이 간다.
대화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남편이 전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아이들과의 사이도 더 좋아져 가족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40대 부인〓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남편의 퇴직금을 담보로 잡히고 2천만엔을 빌렸다. 그러나 회사가 무너지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
『회사가 직장을 알선해 주겠지』라는 남편 말을 들으며 화가 나 『배반당하고도 아직 회사를 믿어요』라고 쏘아붙였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보험금을 줄이고 남편과 함께 다니던 스포츠클럽도 그만둘 생각이다.
▼50대 부인〓도산 소식을 듣고 지붕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퇴직금은 어떻게 되나. 집을 팔아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후를 위해 갖고 있던 우리사주는 휴지조각이 됐다.
남편 나이를 생각하면 새 직장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가뜩이나 힘들 남편에게 이런 일을 말할 수는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일할 곳을 부탁하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