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클린턴,성격-전략 빼닮았다

  • 입력 1997년 5월 5일 09시 02분


1일 총선을 통해 다우닝가 10번지의 새 주인이 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블린턴」으로 불리는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블레어 총리와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개인적인 성격은 물론 정치적 성향 및 선거전략까지 유사점이 너무 많아 벌써부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은 둘 다 옥스퍼드대학을 다녔고 음악을 좋아한다.

블레어는 학창시절 록그룹의 리드싱어를 했고 클린턴은 색소폰 솜씨가 일품이다.

블레어는 대학시절 이념서클에는 얼씬도 않고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채 히피 같은 생활을 했고 클린턴은 월남전 병역 기피자이다.

둘 다 유능한 변호사 아내를 두었고 권력의 핵심에 오를 때 40대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이들이 자신의 소속당에 대한 개혁을 통해 권력 탈환의 기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이번 선거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클린턴이 「새로운 민주당」을 채택했듯이 블레어는 「새로운 노동당」을 기치로 내걸었고 둘 다 전통적인 소속당의 공약 대신 교육 및 환경문제 정보화 촉진 등을 이슈로 삼아 보수지향적인 중산층을 집중 공략했다. 블레어가 영국에서는 낯설기 짝이 없는 TV 토론을 집권당에 제의한 것도 클린턴에게서 베껴온 선거전략이다.

이들의 선거전략이 닮은 것은 선거참모가 같은 데도 원인이 있다. 지난 92년 클린턴 선거진용의 핵심참모였던 영국인 필 골드와 여론조사 전문가 스탠리 그린버그가 이번에는 블레어 측에 합류했다.

영국인과 미국인들이 두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한 것은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 탓만은 아니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의 종언과 함께 한 세기를 마감하는 시기에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것이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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