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內 고구려 유적 훼손-도굴 잇따라

  • 입력 1997년 3월 30일 08시 30분


[이광표기자] 중국 길림성등지 고구려 유적의 훼손 도굴이 잇따라 보호대책이 절실하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이번 장천(長川)1,2호 고분 도굴사건 대처에서 보여주듯 강건너 불보듯 하는 자세다. 길림성 집안지역은 광개토대왕비 장군총 무용도 사신도 등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는 문화의 보고. 그러나 최근 공식 확인된 장천 고분 벽화(5세기)도굴 사건과 같은 고구려 유적 훼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측은 고구려를 당시 중국의 변방국가 정도로 취급,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우리정부는 중국 영토라는 지리적 상황과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들어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그동안 정부는 전문가들의 대책 마련 촉구를 거의 외면했다. 이같은 무책임한 태도는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장천1호분 벽화 도굴 사실이 보도되자 문화체육부는 『진상조사단 파견을 중국측과 협의중이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문화재관리국장은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마당에 무슨 대책이냐』는 엉뚱한 말로 정부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문체부 역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는 생각보다는 보도 내용을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고치려는데 급급했다. 집안지역의 국내성은 폐허가 돼 아파트가 들어섰고 무용총의 무용도는 색깔이 변하고 원화가 떨어져나가고 있다. 장군총도 돌들이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 안전에 이상이 있다. 태왕릉도 봉분이 무너진채 방치돼 있다. 전문가들이 밝히는 대책은 △정부차원의 인적 물적교류 확대와 이를 통한 신뢰회복 △유적보존에 필요한 경비 지원 등. 지난해 중국 북경대 고고학자들과 집안지역을 답사했던 임효재 서울대교수는 『정부가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비용 부담까지 각오하고 적극 나설 경우 한중 공동연구조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화재당국으로서는 국내 문화재의 보존 전승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 그러나 우리의 혼이 담긴 고구려 유적을 그대로 방치해오고 있는 안일함과 무관심이 계속되는 한 고구려 정신의 수난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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