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북경 분위기]대사관밖 北요원 북적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북한인 감시눈초리
북한인 감시눈초리
14일 오전 9시(이하 현지시간) 주중(駐中)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 주위 하늘엔 구름 한점 없었다. 중국측이 진입로를 봉쇄하면서 오고가는 차량통행도 끊겼다. 그러나 지난 12일 귀순한 북한 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가 머무르고 있는 이곳 주변에는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처럼 묘한 정적감이 감돌고 있었다. 대사관측이 황비서의 망명사건으로 영사업무를 중단한지 이날로 이틀째. 영사부 건물 주위는 온통 북한대사관측 요원과 취재진, 그리고 중국공안원 차지였다. 특히 북한측은 공개적으로 북한대사관 소속 벤츠승용차 5대를 주위에 주차해 놓고 건물 내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리창 전체를 코팅, 밖에서는 내부를 보기 힘들게 만든 차량 안에서는 북한요원들이 영사부건물과 몰려든 취재진들을 향해 카메라셔터를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밖에서는 색안경을 쓴 채 두꺼운 외투차림에 귀에 무전기 수신기까지 꽂은 북한요원 20여명이 계속 외부와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부산하게 움직여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중국측은 북한요원들이 전날밤 황비서가 머무르고 있는 영사부측을 향해 공개적이고 공격적인 「위력시위」를 벌인 뒤 경비를 더욱 강화했다. 전날 철거했던 경비선이 다시 진입로 세곳에 모두 설치됐다. 또 바리케이드 대용으로 진입로에 중국공안차량을 세워 트럭돌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중국공안은 또 이날 오전 10시반경에는 취재진들을 대상으로 갑자기 여권검사를 실시, 정식 취재비자가 없이 입국한 일부 한국취재진들을 퇴각시켰다. 오후 5시반. 해가 지면서 어둠이 깔려오기 시작했다. 서방기자들을 포함해 취재진들이 대부분 자리를 뜨기 시작하자 다시 영사관 주위는 북한요원들에 의해 「점령」됐다. 밤 11시. 밤이 깊어갔지만 삼삼오오 떼를 지어 모여있는 이들 북한요원은 영사부건물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기자가 접근, 『언제까지 계속 지키고 있을 거냐』고 묻자 이들 중 한명이 『일 없습네다』라고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던지며 외면했다. 이들은 주중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의 잠들지 않는 「야경꾼」이었다. 한편 전날 밤 영사부 건물에 대한 북한측의 「위력시위」가 있은 뒤 주중한국대사관이 자리잡고 있는 국제무역센터건물 앞에도 중국공안 소속의 대형차량 3대와 승용차 여러대가 이날 아침부터 몰려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북경〓황의봉특파원·공종식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