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동관·권순활특파원] 최근 북한을 방문했거나 중국 등 제삼국에서 黃長燁(황장엽)비서를 직접 만난 일본내 인사들은 12일 본보의 취재에 「황의 망명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것」이라는 견해를 일제히 밝혔다.
올들어 황을 만난 한 일본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 『그가 북한의 장래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얘기를 했었다』며 『이는 외부사람들에게 절대 비관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 북한의 고관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이어 『황은 북한이라는 정권보다 민족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으며 결국 현재의 金正日(김정일)체제로서는 장래가 어둡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당시 이같은 말을 하는 황의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며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은 했었으나 망명까지 결심하리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에 들어가 여러차례 황을 면담한 적이 있는 또 다른 소식통은 『그는 민족의 문제에 대해 사색하고 번민해온 북한 최고의 지성인』이라며 『믿을 만한 해외의 학자 등에게는 북한체제에 대한 절망감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황은 특히 주체사상을 확립한 인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학자이며 현재의 집권층이 자신의 사상체계를 단순히 주민통제 등 체제강화에 악용하는 현실에 분노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수년전 황과 장시간에 걸쳐 토론을 벌였다는 한 학자는 『칸트에도 정통한 철학자로서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자기의견을 기탄없이 말했다』며 『그는 기본적으로 민족주의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