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文明豪특파원」 러시아의 정국이 연초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폐렴으로 길면 3주일 이상 정상적인 집무를 할 수 없게 되자 그의 정적들이 이를 빌미삼아 대통령 조기퇴진을 위한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옐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5일 심장수술을 받고 회복한지 보름만에 다시 입원하자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와 알렉산드르 레베드 전 국가안보위원회 서기 등 차기 대권후보들이 옐친의 조기퇴진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또 공산당 소속의 빅토르 일류힌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안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일 『옐친 대통령이 지속적인 건강악화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없으니 대통령을 조기퇴진시키자』며 대통령 탄핵을 추진키로 하는 결의안을 두마 교섭단체협의회에 내놓았다.
이 결의안에 대한 법률검토작업을 벌인 두마 법률국은 15일 두마의 결의안만으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러시아 헌법에는 대통령 탄핵을 위한 관련 규정이 애매모호한데다 구체적인 절차 등을 명기한 절차법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일류힌은 교섭단체협의회가 이를 의제로 상정하지 않는다 해도 본회의에서 직접 의원발의로 이 문제를 토의에 부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탄핵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예고르 스트로예프 연방회의(상원)의장은 제1부총리와 일부 안보장관의 임명에 대한 의회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겐나디 셀레즈네프 두마의장도 『이는 두마가 제안해온 바이며 양원이 필요한 법안작성 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화답, 옐친에 대한 의회의 또다른 공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에 대해 분석가들은 레베드의 경우 지난해 12월28일 창당한 후 자신의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공세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며 공산당 등 좌파세력은 주지사 선거결과 정국판도에 일부 변화가 생긴 것을 틈타 세를 확인 과시하며 집권세력의 힘을 시험해보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정적들의 이같은 공세가 이번에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더라도 옐친의 병치레가 되풀이된다면 러시아 정국은 계속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