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李載昊특파원」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은 어떤 나라의 어떤 정권도 있게 마련. 하지만 워싱턴 타임스지가 9일 보도한 백악관의 「언론 음모의 유통도(圖)」는 지나쳤다는 느낌을 준다. 백악관측은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지만 언론인들은 경악을 넘어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이 「음모도」는 95년 7월 백악관 법률보좌관실의 부보좌관 마크 파비아니(지난해12월 사임)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측과 함께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이들은 당시 미국의 주요 신문들이 클린턴 대통령에 대해 자주 비판적인 기사를 싣자 그 이면에는 공화당을 정점으로 하는 보수주의자들의 구조적인 음모가 있다고 믿고 이를 3백31쪽에 달하는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언론 음모의 유통」(Communication Stream Of Conspiracy Commerce). 「언론 음모도」는 말하자면 이 보고서의 일부인 셈이다.
「음모의 유통」은 꽤나 복잡하다. 클린턴에 비판적인 세력들은 우선 자금력이 풍부하고 극우 보수적인 두뇌집단이나 개인으로 하여금 보수적인 언론매체를 인수하게 만든후 이들 매체를 통해 클린턴에 대한 나쁜 기사를 싣도록 한다.
이 기사는 자연스럽게 인터넷에 실리고 인터넷에 실린 기사는 다시 영국의 타블로이드, 즉 저급 대중지들에 의해 보도된다. 영국신문에 난 기사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에 있는 언론매체에 의해 다시 런던발로 보도된다. 이 보도를 보고 의회는 사실여부에 관한 조사에 착수한다. 의회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문제의 보도가 그만큼 심각하며 사실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마침내 권위지인 뉴욕타임스지와 워싱턴 포스트지도 이 기사를 보도하게 된다….
이같은 음모론에 대해 언론인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워싱턴 타임스지의 주필인 웨슬리 푸르던은 『처음 그 보고서를 보았을 때 만우절 농담인줄 알았다』고 말했고 아메리칸 스펙테이터지의 편집국장 플레스친스키는 『닉슨대통령의 유령을 보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