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왼손 타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푸른 피의 사나이’ 양준혁(55·전 삼성 라이온즈)은 2010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뒤에도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다. 그는 한 방송사의 야구 해설위원, 양준혁야구재단 이사장, 양준혁축구야구교실 원장, 경기 이천 양신리틀야구단 감독 겸 단장을 맡고 있다.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다.
그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직함이 있다. 수산물 업체 대표다.
선수 시절 낚시가 취미였던 양준혁은 어느 날 물고기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에 정신을 빼앗겨 버렸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경북 포항 구룡포에 있는 한 양식장을 사들이게 됐다. 도다리와 돌돔 등을 키웠지만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전복 양식을 하면서는 손해도 크게 봤다.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에 따른 소음과 진동 여파로 애지중지 키우던 전복들이 모두 폐사한 것이다. 그는 “우리 쪽 실수는 아니었는데 전복은 모두 죽고,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포기할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 보니 또 다른 희망이 생겼다. 대방어로 단숨에 역전 만루홈런을 날린 것이다. 그는 5년 전부터 대방어 양식을 시작했다. 먼바다에서 6, 7kg짜리 무게의 대방어를 잡아 와 자신의 양식장에 넣어 10kg 이상으로 살을 찌워 출하했다. 그는 “야구장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양식장에서 현재 1만2000마리 정도의 대방어를 키우고 있다”며 “대방어 양식으로 전국에서 1등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양준혁표 대방어는 지난해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 몇 년간 도매업자들에게 납품만 하던 양준혁은 작년 말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자신이 키운 대방어를 직접 가지고 와 경매에 참가했다. 당초 kg당 2만5000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최고 시세에 가까운 kg당 3만8000원에 낙찰됐다.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작년 말에는 한 대형마트와 함께 대방어회 행사도 열었다.
대구에서 태어난 양준혁은 은퇴 후엔 서울을 제2의 고향 삼아 살았다. 그리고 ‘인생 3막’은 양식장이 있는 포항에서 본격적으로 살아보려 한다. 양준혁은 “작년에 저희 양식장 주변이 포항시에서 ‘해상 낚시터’로 지정받았다. 관광객을 위한 낚시터와 베이커리 카페 등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기가 쉽지 않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는 축구로 꾸준히 건강을 유지한다. 축구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친해진 유도 스타 김재엽 동서울대 교수(61)가 그의 축구 멘토다. 그는 “어느덧 나도 50대 중반이다. 혼자서 운동하는 건 힘들기도 하고 재미도 없다. 축구를 통해 함께, 재미있게 땀을 흘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스타 출신들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처럼 사는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양식업과 함께 리틀야구단을 통해 좋은 선수들을 조기 발굴해 잘 키워 보고 싶다”며 여전히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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