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영화 ‘그린 북’…다관왕 ‘보헤미안 랩소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26일 06시 57분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피터 패럴리 감독은 흑인 피아니스트와 이민자 운전기사의 여정을 담은 ‘그린 북’으로 작품상을 차지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피터 패럴리 감독은 흑인 피아니스트와 이민자 운전기사의 여정을 담은 ‘그린 북’으로 작품상을 차지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 올해의 키워드는 다양성·사랑

그린 북의 수상, 전 세계에 사랑의 메시지
프레디 머큐리 역 라미 말렉 남우주연상
함께 출연한 연인 보인턴과 감격의 키스
감독상 수상한 쿠아론도 시상식의 주연


올해 아카데미의 선택은 ‘그린 북’이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여해 흑인 차별 등 인종문제를 향한 아카데미의 견고한 지향을 또다시 드러냈다. 제9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25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진행됐다. 올해 시상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양성’과 ‘사랑’이다. 소외받고 차별받는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 영화들이 주요 부문상을 휩쓸었다.

● 실화 바탕 흑인 이야기…‘그린 북’ 작품상

‘그린 북’은 8편의 후보 경합 끝에 작품상을 차지했다. 다양성과 자유에 대한 아카데미의 의지를 대변한다.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실화영화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이민자인 운전기사가 흑인 피아니스트의 투어에 동행하는 이야기인 ‘그린 북’은 노예제도의 흔적이 남은 1960년대 미국 남부에서 뿌리 깊은 인종차별 속에 두 사람이 우정을 쌓아가는 여정을 유쾌하게 담은 수작이다. 피터 패럴리 감독은 “사랑에 관한 영화”라며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같은 사람으로서 사랑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흑인 배우 및 감독, 흑인의 정체성을 담은 작품이 잇달아 수상한 점도 눈에 띈다. ‘그린 북’에서 피아니스트 돈 셜리를 맡은 마허샬라 알리는 2년 전 다양성을 이야기해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에 이어 또 한 번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실패하더라도 항상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흑인영웅을 다룬 첫 히어로무비 ‘블랙 팬서’는 의상상, 미술상, 음악상 등 3개 부문을 차지했다.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실제 연인이 된 루시 보인턴(왼쪽)과 라미 말렉이 남우주연상 발표 직후 키스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실제 연인이 된 루시 보인턴(왼쪽)과 라미 말렉이 남우주연상 발표 직후 키스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보헤미안 랩소디’ 4관왕

올해 최다 부문 수상작은 록밴드 퀸과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인 ‘보헤미안 랩소디’다. 남우주연상과 편집상, 음향효과상, 음향편집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프레디 머큐리 역의 라미 말렉은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상에 이어 예상대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수상자로 호명되자 그는 영화에 함께 출연한 실제 연인 루시 보인턴과 키스를 나누고 무대에 올라 “저는 이집트 이민 가정의 아들”이라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퀸은 이번 시상식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됐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는 팝스타 애덤 램버트와 함께 무대에 올라 ‘위 아 더 챔피언’과 ‘위 윌 록 유’를 부르며 30년 만에 사회자 없이 진행된 시상식의 막을 열었다.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콜맨은 유쾌한 영국식 유머로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콜맨은 유쾌한 영국식 유머로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로마’ 넷플릭스 영화로 첫 감독상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진짜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연출과 각본, 촬영, 편집을 도맡은 비영어(스페인어) 흑백영화 ‘로마’로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휩쓸었다. ‘로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의 작품. 아카데미가 넷플릭스 영화에 감독상을 안기기는 처음이다.

2014년 ‘그래비티’에 이어 감독상을 다시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전 세계 7000만 근로자 중 한 명이자 역사적으로 영화의 배경에서 밀려난 캐릭터를 다룬 영화”라며 “예술가로서 우리의 일은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찾는 일”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감독이 유년기를 담은 자전적인 영화는 어머니처럼 자신을 돌본 가정부를 주인공 삼아 당대 여성의 삶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담담하게 그렸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각색상을 받은 ‘블랙클랜스맨’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2020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힘을 모아 역사의 바른 편에 서야 한다”고 외쳤다. 시상자로 나온 배우 에이미 폴러는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를 비판하면서 “국경을 세우는 데 절대 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외 주요 수상자(작)는 다음과 같다.

▲ 여우주연상 = 올리비아 콜맨(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여우조연상 = 레지나 킹(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 각본상 = ‘그린 북’
▲ 주제가상 = ‘스타 이즈 본’
▲ 시각효과상 = ‘퍼스트맨’
▲ 분장상 = ‘바이스’
▲ 장편애니메이션상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 장편다큐멘터리상 = ‘프리 솔로’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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