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매치] 위기에 놓인 개콘 vs 기회 잡은 웃찾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3일 05시 45분


공개 코미디의 왕좌를 지키려는 ‘개그콘서트’와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정면대결하며 ‘코미디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고집불통’과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주목 받는 ‘LTE-A 뉴스’ 코너(아래). 사진제공|KBS·SBS
공개 코미디의 왕좌를 지키려는 ‘개그콘서트’와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정면대결하며 ‘코미디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고집불통’과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주목 받는 ‘LTE-A 뉴스’ 코너(아래). 사진제공|KBS·SBS
■ 공개 코미디 양대산맥, 같은 시간대에 맞붙다

공개 코미디프로그램의 대명사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이 지난달 22일부터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 매주 금요일 방송하던 ‘웃찾사’가 이날부터 방송시간대를 일요일로 옮기면서 진검승부가 이뤄지게 됐다. 2주가 지난 현재까지 ‘개콘’이 ‘예상대로’ 강세를 보이지만, 그렇다고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 ‘웃찾사’가 ‘개콘’에 대항하기 위해 새로운 코너로 재무장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수 있을까. 어떠한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보여주게 될까. ‘개콘’과 ‘웃찾사’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했다.


■ ‘개콘’의 장단점


코너 제작·배치 등 16년 노하우 강점
선·후배 조화 속 공감개그 인기 꾸준
인기 개그맨 이탈·새 얼굴 발굴 숙제


‘명불허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개콘’을 가잘 잘 표현하는 단어다. ‘개콘’은 1999년 첫 방송을 시작해 16년간 공개 코미디의 상징으로 자리잡아왔다. ‘웃찾사’가 최근 맹공을 시작하며 긴장감을 안기지만 단숨에 ‘개콘’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조금씩 스며드는 ‘웃찾사’의 웃음 바이러스에 대비가 필요하다.

● 16년의 체계화된 시스템

‘개콘’의 가장 큰 장점은 16년 동안 체계화 된 코너 제작 시스템이다. 매주 수요일 공개 녹화가 진행되기 전까지 아이디어 회의, 코너 검사, 여러 차례의 리허설 등 일주일간의 시스템이 지금의 ‘개콘’을 있게 해 준 버팀목이다. 여기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반영한 주기적인 코너의 폐지와 보강 등 긴장감 있는 코너 배치도 ‘개콘’의 강점으로 꼽힌다.

● 사회 트렌드를 읽어내는 공감개그

‘개콘’은 그동안 꾸준히 사회 풍자 개그를 선보이며 우리 시대의 모습을 개그에 반영해왔다. 최근에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아 노래하는 ‘렛잇비’로 공감대를 높였고, ‘도찐개찐’은 반복되는 리듬에 맞춰 ‘이거나 저거나 똑같다’며 사회 현상을 꼬집는다. 앞서 ‘사마귀 유치원’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우리동네 청문회’ 등이 풍자 개그의 명맥을 이어왔다.

● 13기부터 29기까지 탄탄한 출연진 라인업

터줏대감인 13기 KBS 공채 개그맨 박성호부터 29기까지 탄탄하게 구축된 개그맨들의 신구조화는 ‘개콘’의 힘이다. 선배와 후배를 잇는 ‘멘토-멘티’ 시스템을 통해 신선한 코너들을 대거 탄생시키면서 신구조화의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KBS 30기 공채 개그맨들의 선발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개콘’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지속적인 스타 개그맨 발굴은 과제

하지만 ‘개콘’의 얼굴이 되어줄 스타 개그맨들의 지속적인 발굴은 과제로 지적된다. 현재 ‘개콘’은 딱히 메인 코너와 얼굴을 꼽기 힘들 정도로 ‘도찐개찐’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한동안 ‘개콘’의 대표 코너를 이끌던 김준현, 양상국, 신보라 등 인기 개그맨들의 이탈 현상 역시 ‘개콘’의 숙제가 됐다. 또 ‘개콘’의 맏형으로 후배들을 이끌던 김준호와 김대희가 소속사 코코엔터테인먼트의 자금 횡령 소송과 파산 신청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프로그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웃찾사’의 장단점

속도감 있는 코너 전개…웃음도 팡팡
고강도 정치풍자 ‘LTE-A 뉴스’ 주목
낯선 개그맨들 시청자들 눈에 익어야

잦은 편성 변경과 개그맨들 이탈, 폐지 기로 등으로 맥을 못 추던 ‘웃찾사’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편성이 바뀌기 직전 4.7%(이하 닐슨코리아)였던 시청률은 일요일로 시간대를 옮긴 후 5.9%, 6.2%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청자들도 차츰 ‘웃찾사’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프로그램도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면서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

‘웃찾사’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속도감이다. 코너당 방송시간을 줄여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 코너당 6분, 인지도 있는 개그맨이 출연할 때는 8분이었다. 이제는 5분으로 줄였다. 코미디프로그램이 주말 가족 시청층을 타깃으로 해도 세대간 웃음 포인트가 다를 수 있다. 스피디한 전개는,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할지 잘 모는 부모세대도 코너가 금방금방 끝나기 때문에 지루해하지 않고 계속 보게 하는 힘이 된다.

제작진은 “30초, 1분도 길다. 10초에 한번씩 웃기자는 생각으로 각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개그는 역시 ‘시사 풍자’

‘웃찾사’는 자신만의 강점인 시사 풍자도 강화했다. 강도 높은 정치풍자로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줬던 ‘LTE 뉴스’를 ‘LTE-A뉴스’로 바꿔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복덕방을 배경으로 한 시사풍자 코너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북한에 홈쇼핑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에서 만들어진 ‘모란봉 홈쇼핑’을 비롯해 개그맨 이동엽 홍현희 강재준 등도 새로운 코너를 준비 중이다.

● ‘신선함’으로 어필

‘웃찾사’ 출연자들은 ‘개콘’보다 인지도가 떨어진다. 신선하다는 면에선 강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큰 약점이기도 하다. ‘웃찾사’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시청자들에게 낯선 개그맨들과 새 코너들을 집중적으로 내세워 시청자들을 공략해, 점차 ‘웃찾사’ 쪽으로 마음을 돌리게 한다는 계획이다. 새 코너 중 ‘모란봉 홈쇼핑’에서 개그맨 강성범과 호흡을 맞출 한 대학생이 그 ‘뉴 페이스’ 중 한명이다. 제작진이 비밀병기로 꽁꽁 감추고 있는 이 대학생은 지난해 한 라디오방송에서 북한 아나운서를 흉내 내 주목받았다. 이밖에도 신인 개그맨을 채용중인 제작진은 실력파들만 골라 시청자들 앞에 내세울 예정이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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