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김현식20주기의해…그가그립다] 내가 왜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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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일 07시 00분


□ 비처럼 음악처럼 살다간 가객 김현식의 삶과 음악
- 20주기 맞아 이달중 추모앨범

그가 떠난 지 올해로 20년째. 그러나 가수 김현식의 노래는 팬들의 가슴에 남아 ‘영생’하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고 김현식 추모 20주기를 맞아 생전의 그와 함께 했던 지인들의 도움을 토대로 가상 인터뷰를 했다. 스포츠동아DB
그가 떠난 지 올해로 20년째. 그러나 가수 김현식의 노래는 팬들의 가슴에 남아 ‘영생’하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고 김현식 추모 20주기를 맞아 생전의 그와 함께 했던 지인들의 도움을 토대로 가상 인터뷰를 했다. 스포츠동아DB
□ 김현식 씨, 아니 현식이 형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오랜 세월 자신을 괴롭힌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갈구를 절규하듯 노래로 토해낸 남자. ‘언더그라운드’라는 한국 대중음악의 한 장면 속에서 솔, 블루스, 록, 발라드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가수. 사람과 세상과 음악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

고 김현식. 32세의 짧은 인생을 살다 1990년 11월1일 세상을 떠났다. 올해는 그의 20주기. 후배들에 의해 다시 그의 노래가 불려져 2월 중 앨범으로 묶여 나온다. ‘비처럼 음악처럼’ 살다간 그를 추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말과 참고문헌을 토대로 김현식과의 가상 인터뷰를 시도했다.

- 왜 그리도 술을 드셨나요?

“첫 인사로는 어울리지 않는데?!(웃음)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탔던 것 같아. 다운타운가에서 밤새 노래하고 새벽녘 집에 돌아갈 때 얼마나 외로운지 알아? 물론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고독과 외로움이 감수성의 바탕이 되는 것이겠지만…. 가수로 살아가는 현실과 삶도 팍팍했던 것 같고. 허허!”

- 대체 무엇이 그토록 외롭게 했나요.

“글쎄…. 사람과 헤어지는 게 정말 싫었던 건 아닐까. 어린 시절 많이 따랐던 친척 누이가 세상을 떠났어. 친구도 많지 않았어. 다운타운가에서 노래할 때 첫사랑의 아픔도 겪었고.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함께 활동한 (유)재하(1987년 11월1일 교통사고로 사망)도 떠나보냈어. 내가 몸을 담았던 음반기획사 동아기획의 김영 사장을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서 사는 이야기를 많이도 나눴어.”

- 어릴 때에도 그랬나요.

“국민학교 입학식 날, 학교 뒷동산에서 상급생들과 피터지게 싸웠어. 왜 그랬는지 몰라. 지금으로 말하면 ‘좀 사는’ 집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어. 그래서 서울 혜화국민학교에 입학했지만 3학년 때 충북 옥천 외가로 전학했고, 또 다시 서울로 올라왔지. 그래서 친구도 많지 않았어. 서울에선 ‘시골 촌놈’, 시골에선 ‘서울 촌놈’이라 놀려대더라고. 그런 놈들, 패줬어. 옥천에서 금강의 물줄기를 혼자 바라보기도 했고, 학교 뒤 대나무숲에 이는 바람소리도 들었어. 파란 하늘과 아주 깜깜했던 밤, 별이 유난히 많은 밤. 내 음악의 한 바탕이 된 것 같아.”

- 공부도 곧잘 하셨는데.

“아버지가 엄하셔서 공부를 시키셨어. 당시 명문인 보성중학교를 전교 4등으로 입학해 3년 내내 반장을 했어. 경기고 시험을 치렀지만 떨어졌고, 명지고에는 전교 3등으로 합격했지.”

- 어떻게 음악에 빠져든 거지요.

“중학교 때 사촌형에게 기타를 배우면서 음악을 알게 됐어. 거기에 스케이트부 활동도 하고. 그러면서 성적이 떨어졌지.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시지만 않았다면, 어쩌면 아이스하키 감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그러다 공부를 다시 시작해 경기고에 도전한 거지. 명지고를 택한 건 순전히 밴드부 때문이야. 하지만 트럼펫을 불다 선배에게 혼쭐이 났고, 싸움박질을 했지. 그냥 자퇴해버렸어. 다시 만난 사촌형이 불러준 노래가 애써 잠재운 음악에 대한 열정을 깨워준 것 같아.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면서 통기타 가수들을 알게 됐고 그들과 어울리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거야.”

- 70년대 말 노래하면서 알 수 없는 공허함에도 시달리셨나요. 대마초는 왜….

“밤무대 뒤에서 몇 모금 빨아본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어. 1987년에도 한 차례 구속됐어. 무서운 거지. 절대 하지 마. 이듬해 참회의 뜻으로 팬들 앞에 나서면서 삭발했어. 뜨거운 격려의 박수에 나도 눈물을 쏟아냈어. 평생 잊지 못할 무대야. 대마에 대한 유혹을 잊으려 술을 마신 것도 같아. 그래도 음악은 정말 끊지 못하겠더라. 병원에 입원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 몰래 빠져나와 6집 녹음을 하기도 하고 콘서트 무대에 서기도 했어. 지금 똑같은 상황이라도 그럴 거야. 하하!”

- 고집은 여전하시군요. 김민기 선생과도 한판 했다는데.

“하하! 옛날 일이지. 한 상가에서 술을 마시면서 김민기 선생과 음악에 관해 얘기를 나누다 다투었지. 김 선생은 현실을 반영하는 음악이 필요하다고 했고 난 사랑이야말로 음악의 영원한 소재라 했지. 끝내 상을 뒤엎었어.”

-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했다면서요.

“사랑의 고통에 우는 사람들 모두 소외된 이들이야. 대마초로 들어간 뒤 군 소집이 정지되고 기본 군사훈련을 받던 때 다양한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됐지.”

- 얼마 전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5집 앨범 재킷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해운대 앞바다에서 찍은 건데 해진 청바지에 운동화, 그 위에 내 발을 올려놓고 찍은 거지. 잠시 쉴 때가 됐고 걸어온 길을 돌아보려 서 있다는 의미였던 것 같아. ‘넋두리’란 노래를 실었는데 사람들은 5집이 내 자전적 앨범이라고 하더군.”

- 가장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폐부를 찌르는 절창의 목소리를 지녔다고 합니다. 음악은 당신에게 뭔가요.

“과찬의 말씀. 음악이라…. 옛날 기자들도 그렇게 묻더군. 그냥 내 노래를 들어봐. 가수가 말로 음악을 설명하는 건 어울리지 않아. 대중이 원하면, 그리고 그것이 내 음악에 대한 열정과 맞는 것이라면 난 지금도 달려갈 거야. 가수는 내 영원한 미래야. 열심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아. 그러다 한 번은 기울어지고 또 기울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옛 일을 생각하고 무조건 밖으로 뛰쳐나가봐. 밝은 하늘과 햇빛이 얼마나 좋은지 알아?”

#도움말-김영(동아기획 사장), 김종진(가수), 박영호(김현식 팬 사이트 ‘사랑의 가객 김현식’ 운영자), 최규성(대중문화평론가)

#참고 및 인용문헌-김현식 팬 사이트 ‘사랑의 가객 김현식’(http://outstay.cafe24.com), 일간스포츠 ‘스타스토리’, 동아기획 홈페이지, MBC FM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녹취록 등

□ 김현식은 누구?

1958년 1월7일 서울 인현동에서 태어남
1975년 명지고 밴드부 선배와 주먹다짐 뒤 자퇴, 다운타운가 진출
1980년 1집 출반 (이후 앨범활동은 ‘김현식 디스코그래피’ 참조)
1982년 김경자 씨와 결혼
1983년 아들 완제 출생
1985년 김종진, 전태관, 고 유재하 등과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결성
1988년 이정선, 엄인호, 한영애 등과 신촌블루스 활동
1990년 3월∼6집 준비, 건강 악화에도 라이브 콘서트 누빔
1990년 11월1일 오후 5시20분 간경화로 사망


김현식 디스코그래피 (정규앨범)

○ 1집(1980년 12월10일)
김현식의 미성이 돋보이는 앨범. 대중적 주목은 받지 못함. ‘봄여름가을겨울’ 수록.

○ 2집(1984년 9월20일)
‘사랑했어요’ ‘어둠 그 별빛’ 등 수록. 대중적으로 김현식의 이름을 알리게 된 음반.

○ 3집(1986년 12월5일)
김종진, 전태관, 고 유재하가 참여한 앨범. ‘비처럼 음악처럼’, ‘빗속의 연가’ 등 수록.

○ 4집(1988년 9월30일)
블루스 색채가 강함. ‘언제나 그대 내 곁에’, 하모니카 연주곡 ‘한국사람’ 등 수록.

○ 5집(1990년 3월15일)
자전적 앨범. 건강이 악화한 상태에서 부른 ‘넋두리’가 그를 추억하게 함.

○ 6집(1991년)
이 앨범을 준비하다 세상떠남. 사후에 나온 앨범으로 ‘내사랑 내곁에’가 공전의 히트 기록.

○ 7집(1996년 9월2일)
미발표곡에 생전 동료들이 연주입힌 ‘다시 처음이라오’, ‘사랑의 불씨’ 등 수록.

○ 8집(2002년 1월22일)
병상에서 통기타로 연주하며 부른 노래. (E2면 ‘김현식에 대한 3가지 추억’ 기사 참조)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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