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원자재 수급 물류 경로 차단
중동 점유율 10% 현대차그룹 비상
석유화학업계는 유가상승 직격탄
중국 항공사 수요 몰려 반사이익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지역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원유를 비롯한 핵심 원자재의 수급 경로가 막히면서 전방위적인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한중일 3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주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지 수출 경로가 차단되면서 중동 수출 물량을 하역할 수 없게 된 데다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자동차 소비심리 위축도 우려돼서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중동과 아프리카를 합쳐 55만여 대의 차를 팔았다. 두 회사가 지난해 판매한 전체 대수(723만4000여 대)의 7.6% 수준이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에서 현대차그룹은 1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란이 미국 우호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미사일을 쏘면서 이들 지역 수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사우디는 현대차가 도요타에 이어 점유율 2위, 기아가 3위를 지키고 있는 중동의 ‘알짜 시장’이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중동 지역에서 한중일 3국 자동차의 인기가 특히 높기 때문에 이번 분쟁으로 인한 타격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번스타인은 중동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동차 구매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자동차 운반선이 제대로 운항하지 못하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실제 현대글로비스도 자동차운반선 한 척이 페르시아만에 자동차를 하역한 후 출항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과 원유 부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핵심 나프타분해설비(NCC) 기업인 여천NCC는 최근 고객사에 에틸렌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 중단 가능성을 통보하면서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을 했다. 이는 전쟁·자연재해처럼 통제 불가능한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면책을 위해 하는 선언이다. 회사 측은 “사태 장기화 시 발생할 수 있는 공급 차질에 대비해 면책 조항을 사전 안내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통상적인 재고 물량을 고려할 때 당장 다음 달부터 실제 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다른 NCC 업체들 역시 원료 수급 차질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등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반도체는 카타르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냉각용 헬륨 가스의 수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업계는 헬륨의 경우 중장기 공급 물량을 확보했고 수입국도 다변화해 단기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중동 불안 사태로 중국 항공사들로 수요가 몰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동 3대 항공사 운항 차질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좌석 공급이 매일 2000석 가까이 축소되면서 베이징∼유럽 간 항공권 가격이 2000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며 “공급 부족으로 중국 항공사로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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