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클러스터, 韓반도체 미래… 정책 신뢰 지켜야”

  • 동아일보

기후장관 “지방이전 고민” 언급에… 반도체 업계 “쉽지 않은 일” 당혹
정부 “공식입장 아냐” 한발 뺐지만… 지방선거 앞두고 ‘유치전’ 우려 나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짓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앞의 하얀 건물이 한국전력 통합 변전소이며 그 뒤에 짓고 있는 건물이 클러스터 내 1기 팹(공장)으로 2027년 준공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에 인근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착공할 예정이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짓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앞의 하얀 건물이 한국전력 통합 변전소이며 그 뒤에 짓고 있는 건물이 클러스터 내 1기 팹(공장)으로 2027년 준공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에 인근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착공할 예정이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이 거론되자 반도체 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정부 정책으로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지속적으로 새만금 등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별로 반도체 공장 유치전을 벌이며 한국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중장기 계획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경쟁 속에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 “토지 보상 협의 시작” 못 박는 용인시

29일 용인시는 삼성전자 클러스터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해 22일부터 토지 소유자들과의 보상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이날 이상일 시장이 전날인 28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삼성·SK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차질 없는 지원을 요청했다고도 강조했다. 이 시장은 “대한민국 미래가 걸린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시가 하루 만에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발표를 쏟아낸 것은 최근 김성환 기후부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김 장관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경기) 용인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말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용인시가 논란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클러스터 계약 체결과 부총리 면담 사실 등을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번 반도체 공장 지방 이전론의 발단이 된 기후부도 한발 물러섰다. 기후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김성환 장관의) 발언은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어려움 등 전력, 용수를 담당하는 주무 장관으로서의 고민을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 “국가 운명 걸린 반도체, 정책 신뢰 지켜야”

그럼에도 반도체 업계는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해 온 정부가 이제 공장 지방 이전 압박을 현실화시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반도체 기업인들과 만나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 균형 발전에 기여를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가 11일 발표한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 방안에서도 금산분리 예외 적용은 반도체 업종이 지방 투자를 연계할 경우에 한정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반도체 유치’ 압박이 더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반도체 공장을 지방에 옮기는 것이 정치권의 말처럼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데는 주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 체계, 우수 인재 등 그동안 축적한 생태계 연계가 중요하다. 또 태양광과 풍력 등 남부 지방의 재생에너지는 발전 용량이 불규칙하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 반도체를 추격하는 해외 경쟁국은 반도체를 ‘국가 대항전’으로 보고 조건 없이 전폭 지원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가속화하기 위해 최대 5000억 위안(약 102조 원) 규모의 신규 보조금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달 자국 반도체 연합체인 ‘라피더스’에 1조1800억 엔(약 11조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가와 기업 간 신뢰의 문제”라며 “특히 반도체는 국가 운명이 걸린 산업이기 때문에 계획 변경 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지방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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