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AI 모빌리티 전환’ 액셀… R&D 수장에 애플 출신 하러

  • 동아일보

사장 4명 등 219명 승진 연말인사
하러, 포르셰 등 거친 ‘융합 전문가’
제조 사장엔 ‘하드웨어 책임’ 정준철
승진자 30% 기술-R&D 인력으로… ‘자율주행’ AVP본부장 후임은 미임명

‘기술력과 미래 성장동력을 동시에 확보하라.’

현대자동차그룹이 18일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53)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총 219명을 승진시키는 2025년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중국 전기차의 진격과 완전자율주행(FSD)으로 무장한 테슬라의 급성장 등 변화가 극심한 글로벌 자동차 환경에서 조직 안정을 꾀하면서도 미래차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자동차 기업에서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이 결합된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방점을 찍었다. 회사는 이를 위해 전체 임원 승진자의 30% 가까이를 기술 및 연구개발(R&D) 분야 담당자로 채웠다.

R&D본부장직은 하러 신임 사장이 맡았다. 회사 측은 하러 사장을 임명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모든 유관 부문이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하러 사장은 폭스바겐그룹 산하 소프트웨어 개발 전담 회사, 포르셰, 애플 등에서 모빌리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모두 지휘해 본 ‘융합 전문가’다.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 강화를 책임지고 있는 정준철 제조부문장 부사장(64)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해 제품 경쟁력 강화 기조에 힘을 실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보고 힘을 쏟고 있는 현대차는 이 분야에서 경쟁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어떻게든 벌려 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북미 지역에서는 기아 윤승규 북미권역본부장 부사장(59)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등 안갯속 상황 속에서도 호실적을 낸 점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발령도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57)가 그룹 기획조정담당 사장으로 전보됐고, 서 사장의 자리에는 이보룡 신임 사장(60)이 내정됐다. 현대제철 내 R&D와 생산 업무를 두루 섭렵한 이 사장은 현대제철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통’ 서 사장은 그룹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는 업무를 장재훈 부회장에게서 이어받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55)와 전시우 현대커머셜 대표(55)도 각각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차가 외부에서 영입한 신용석 부사장은 2대 HMG경영연구원장을 맡는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신 신임 부사장에게 현대차그룹의 싱크탱크인 HMG경영연구원을 맡긴 것이다. 전체 상무 승진자의 49%를 40대로 발탁하는 등 세대교체도 단행했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최근 사임한 송창현 전 AVP(미래플랫폼)본부장(58) 사장의 후임자는 임명되지 않았다.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 수준을 크게 끌어올리고 중국도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만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숙고가 길어지는 모습이다.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추진해 오던 자율주행 등 미래 플랫폼 방향성이 기업의 강점인 완성차 제조 노하우와 서로 녹아들지 못한 점을 고민해 온 것으로 안다”며 “테슬라와 차별화하면서도 그룹 강점을 살리는 방향성을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송 전 사장 체제에서 수립한 SDV 핵심 기술 양산 전개를 위해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임원 인사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SDV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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