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공학도의 상상을 현실로 이뤄준 ‘제11회 공학 페스티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공과대학생의 캡스톤디자인 교육
성과물 공유-경연하는 자리 마련
73개 대학 참여 142개 작품 출품
국무총리상 등 총 55개 팀 수상

1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22년 산업혁신인재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1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22년 산업혁신인재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전화기의 발명, 비행기의 탄생 등 공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며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각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지금, 공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모든 부가가치는 창의적 인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며, 창의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공학이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겸비한 공학 인재를 국가 산업 발전의 핵심 역량으로 양성하고, 우리 공학 교육이 나아갈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 제11회 공학 페스티벌 개최
이렇듯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창조하는 공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때,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어 나갈 청년 공학도의 기발한 상상과 도전이 눈앞의 현실로 펼쳐졌다. 10일부터 11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국내 최대 공학 축제인 ‘2022년 공학 페스티벌’이 열린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공학교육혁신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국가 산업을 리드하는 공학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융복합·신산업을 견인할 수 있는 공학 인재 양성의 성과를 확산하는 자리로 올해 11회째를 맞이했다.

주요 행사 프로그램으로는 전국 공과대학생의 캡스톤디자인 출품작을 겨루는 창의적종합설계경진대회를 비롯해 산업계 전문가들이 산업계 이슈 및 미래 전망을 토론하는 E콜로키움, 산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선배들의 강연을 볼 수 있는 컨소시엄 아카데미, 산업·공학 분야 ○× 퀴즈 대회인 공학퀴즈쇼 등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산업혁신인재 위크’(11월 8∼11일)와도 연계해 개최됐다. 산업혁신인재 위크는 정부가 산업 분야 현장 중심 공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개설한 것으로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위크 기간에는 산업 현황 및 전망, 제품 등을 소개하는 혁신관과 132개의 산학 프로젝트 포스터관, 142개 캡스톤디자인관, VR 전시 등을 볼 수 있는 공학체험관 등 전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됐다.
○ 공학 페스티벌의 관전 포인트 ‘창의적종합설계경진대회’
공학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리는 창의적종합설계경진대회는 ‘창의융합형 공학 인재 양성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공대생들이 공학교육혁신센터에서 지원받은 캡스톤디자인 교육의 성과물을 공유·경연하는 행사다.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력과 시스템 통합 설계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캡스톤디자인이란 설계 과목에서 배운 이론에 기반해 학생 스스로 작품을 기획, 설계, 제작하는 전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한 창의적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산업현장 수요에 적합한 공학 전문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학부 과정에서부터 예비 엔지니어들에게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통합설계 분야의 기술 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 2022 창의적종합설계경진대회를 빛낸 수상자들

올해 창의적종합설계경진대회는 전국 73개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총 142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예선은 13개 컨소시엄별로 진행되었으며, 총 19개 팀이 본선 진출의 기회를 얻었다. 본선에 참가한 학생들은 청년 공학도와 심사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출품작을 발표하며 열띤 경쟁을 펼쳤다.

11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1000명의 청년 공학도 심사위원과 7명의 전문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평가를 통해 국무총리상 1점과 산업부 장관상 9점, 산업기술진흥원장상 9점이 수여됐다. 또한 예선에 참가했던 팀 중 36개 팀에는 특별상(후원기관장상)이 주어졌다.

올해 창의적종합설계경진대회 출품작들은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임베디드SW·탄소복합재·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는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등으로 대전환기를 겪고 있는 글로벌 산업 트렌드가 반영됐으며, 우리 공학 인재들이 미래 산업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 새롭게 개편된 미래 공학 인재 양성
창의융합형 공학인재 양성 지원사업 등을 통해 공학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온 정부는 올해 사업 3단계를 시행하는 등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부와 산업기술진흥원이 2007년부터 추진해 온 창의융합형 공학인재양성 지원사업은 공과대학 내에 혁신적인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공과대학 스스로 공학교육 혁신을 위한 방향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1단계 사업은 5년(2007∼2011년)간 진행되었으며, 각 대학 내 공학교육 개선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이어 2단계 사업은 10년(2012∼2021년)간 진행됐으며 전국 66개 대학에 74개 공학교육혁신센터 및 1개 연구정보센터를 설치하고, 산업계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캡스톤디자인·현장실습 등의 산업실무형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했다.

올해는 창의융합형 공학인재 양성 지원사업 3단계(2022년 3월∼2028년 2월)가 시행되는 첫해다. 3단계 사업에서는 13개 공학교육혁신센터 연합 컨소시엄 및 1개 연구정보센터를 구성하여 센터 간 연계·협력을 대폭 강화했다. 또한 9개 신산업 분야(IoT 가전, 디지털헬스케어, 미래형 이동수단, 차세대 반도체, 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저탄소·에너지 기술, 지능형 로봇, 스마트팩토리)별로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공학교육 혁신 계획과 프로그램을 컨소시엄 단위로 수립·추진하도록 유도한다. 3단계 사업의 목표는 산업기반현장 맞춤형 공학교육으로 산업계 수요에 맞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산업부와 KIAT는 이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공학교육 혁신 협력 모델로서 본 사업의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그동안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들을 통해 공학 분야, 특히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과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 매칭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며 “이번 공학 페스티벌을 통해 그 노력의 결실을 볼 수 있어 매우 뜻깊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년간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물을 가지고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바로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를 이끌어 나갈 핵심 주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지난 시간의 노력과 그로 인해 성과를 내보였을 때의 뿌듯함, 위크 기간 동안의 선의의 경쟁과 공유의 경험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하는 동시에 “그 경험이 여러분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인재로 만들어 줄 것이며, 그런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를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앞으로도 인재 양성이 곧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 발전의 초석이자 모든 것임을 잊지 않고,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학교, 기관, 기업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끊임없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손 떨림 완화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국무총리상
연세대 안트레온팀


“공학을 이용하여 손 떨림을 겪는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올해 창의적종합설계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연세대 안트레온팀이 밝힌 개발 동기다. 손 떨림은 수전증과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최근에는 정신적 압박, 스트레스 가중 등으로 인해 증상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손 떨림은 약물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과반수이고, 손 떨림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척도 또한 없다. 이에 연세대 안트레온팀은 손 떨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근육 떨림에 반대되는 전기자극을 가함으로써 손 떨림을 완화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이후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손 떨림 방지 효과를 측정한 결과 84.3%의 떨림을 상쇄해주는 것을 확인했다. 안트레온팀은 이 기술을 활용한 재활치료 게임을 개발해 원격진료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비대면 진료 및 의료정보 처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사례로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출원 2건을 진행했으며, 실제 사업화를 위한 사업자 등록까지 완료한 상태다.


안트레온팀의 리더인 조은정(사진) 씨는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기술을 고안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팀원들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교수님들께 조언을 구하며 열정적으로 임한 결과 제품을 개발하고 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본 제품이 손 떨림 환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공학도로서 사회에 공헌하는 연구와 가치 창출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빔프로젝터를 전자칠판처럼 활용


산업부 장관상
성균관대 매의 눈팀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발표는 필기와 컴퓨터 조작이 제한되어 청중과의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어렵다. 그에 반해 전자칠판은 필기와 컴퓨터 조작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가격이 높아 보급률이 다소 떨어진다. 성균관대 매의 눈팀은 이를 개선하고자 빔프로젝터와 노트북컴퓨터를 이용하여 빔프로젝터를 전자칠판처럼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노트북 카메라를 통해 얻은 이미지에서 손의 위치와 포즈를 탐지하는 심층신경망 모델을 설계했다. 이때 빔프로젝터 광선은 모델의 학습에 악영향을 주므로 광선이 제거된 이미지를 모델의 학습에 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빔프로젝터 광선을 제거할 수 있는 편광필름을 이용해 학습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노트북을 연결하면 빔프로젝터를 전자칠판처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강의실이나 회의실에서 추가 비용 없이 수업·회의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업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불가능한 전자칠판과 달리, 본 소프트웨어는 노트북컴퓨터와 카메라의 발전에 따라 성능 개선과 다양한 기능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매의 눈팀의 리더인 김주원(사진) 씨는 “향후 발표자의 눈을 추적하여 발표자 눈에 빔프로젝터의 광선이 조사되지 않도록 하는 눈부심 방지 기능과 청중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여러 제스처 인식 기능 등을 개발해나갈 계획”이라며 “본 기술이 교육의 질과 교육여건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학의 매력은 자신이 마주하는 여러 불편한 점들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변의 공학도들과 함께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로봇팔로 층간 이동하는 배달로봇 발명


산업부 장관상
전북대 딜리암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의 일상화로 인해 온라인 구매가 가속화되고 음식 배달 서비스 수요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배달로봇 시장도 같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층간 이동이 가능한 배달로봇은 엘리베이터와의 무선통신을 위한 별도의 추가 사물인터넷(IoT) 부품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고자 전북대 딜리암팀(사진)은 ‘로봇팔을 탑재하여 층간이동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영수증의 배달주소를 인식하기 위한 OCR 알고리즘, 엘리베이터 버튼인식 알고리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위한 로봇팔 제어, 음식물의 수평을 유지해주는 수평보조장치,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한 자율주행 알고리즘 기술이 활용됐다.

해당 로봇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건물에서 주문자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으며, 요양시설이나 병원 등에서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대신하여 물품을 운반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와의 무선 연동을 통해 고가의 별도 장치가 필요했던 기존 실내 배송 로봇 대비 저렴한 제작비용으로 경제적 효과도 창출했다.

딜리암팀의 리더인 박명근 씨는 “시제품 제작 과정에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와 문제를 겪었다”며 “개별 모듈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여러 버그가 있었으나 결국에는 성공해 작품 제작에 성공했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공학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앞으로도 공학자가 지켜야 할 규범과 윤리를 잘 지키며 상상을 현실로 구체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제11회 공학 페스티벌#창의적종합설계경진대회#공학인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