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사실상 두 국가”… 통일백서 명시한 정부
北 ‘두 국가’ 규정속 李정부 첫 백서
위헌 지적엔 “역대정부 입장 계승”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백서에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인 두 국가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통일부의 입장이 명시됐다. 북한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가운데 정부가 ‘평화적 두 국가론’을 대북 정책을 담은 정부 공식 문서에 포함시킨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통일부는 18일 공개한 통일백서에서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설명하면서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해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는 남북 간 긴장 완화를 통해 북한이 느끼는 불신과 위협을 완화하고 ‘적대’를 ‘평화’로 전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공존을 제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을 담은 공식 문서인 통일백서에 두 국가라는 표현이 담긴 것은 처음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그동안 ‘평화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면서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선 ‘두 국가’를 공식화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해 서로의 정치적 실체를 존중하며 특수관계임을 받아들였던 역대 정부의 입장을 계승한 것”이라며 “헌법과 배치된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통일부 “현실 고려 평화공존 관계로” 헌법 ‘한반도 전체 영토’ 위배 논란 ‘北비핵화’ 삭제… ‘핵 없는 한반도’로 김정은, 軍지휘관 소집 “南국경 강화”
김정은 “남부 국경선을 난공불락 요새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17일 전군의 사·여단 지휘관들을 노동당 중앙청사로 소집해 한국과의 접경 지역 부대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남부 국경을 지키고 있는 제1선 부대들을 강화하고, 국경선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드는 데 대한 당의 영토 방위 정책”에 대해 언급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정부가 통일백서에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의 전환’을 명시하면서 두 국가론을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으로 공식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매년 발간하는 통일백서는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을 종합하는 정부 공식 문서다. 통일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북한이 두 국가론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한 가운데 자칫 두 국가론을 제도화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통일부 “남북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
통일부는 18일 공개한 ‘통일백서’ 중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추진과 관련해 “통일부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주장에 대하여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한다는 현실을 고려하고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통일부는 올해 2월 이재명 정부 통일·대북정책 안내 책자에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이라는 표현을 담았는데, 이번엔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라고 규정한 것이다.
평화적 두 국가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서 남북 긴장이 고조되자 등장한 개념이다.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되 평화적 공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우선시하자는 것.
다만 두 국가론을 정부 정책으로 공식화하면 사실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 전체로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3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은 3월 개정한 헌법에 북한의 영토를 ‘북쪽으로 중국, 러시아,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다’는 내용의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통일 개념을 삭제해 두 국가론을 헌법에 명문화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가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자 “통일부안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이후 ‘두 국가론’에 대한 불협화음에도 정부는 정리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두 국가론이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해 서로의 정치적 실체를 존중하며 특수관계임을 받아들였던 역대 정부의 입장을 계승한 것”이라며 “헌법과 배치된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통일백서에는 윤석열 정부 당시 백서에서 사용한 ‘북한 비핵화’ 표현 대신 ‘핵 없는 한반도’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다시 들어갔다. 북미관계에 대한 표현 역시 윤석열 정부 때 사용했던 ‘미북관계’ 대신 ‘북미대화’ ‘북미관계 정상화’ 등으로 바뀌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전군 지휘관들을 소집해 ‘남부국경’ 일대의 무장 강화를 지시하는 등 대남 적대 기조를 이어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김 위원장은 남부국경을 지키고 있는 제1선 부대들을 강화하고 국경선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드는 데 대한 영토 방위정책에 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보다 철저히 억제하기 위한 중요한 결정으로서 앞으로 취하게 될 군사조직 구조개편과 제1선 부대들을 비롯한 중요 부대들을 군사 기술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구상을 피력했다”고도 전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방 지역에 물리적 장벽과 요새를 시각화해 ‘두 국가 관계’를 완전히 고착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국경화 및 현대전 작전·훈련·무기 도입에 따른 육·해·공·전략·특수전 5개 군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재편을 예고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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