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취득 후 현대차그룹 채용, IT로 빠지는 인재 조기확보 목적
반도체-배터리 인력도 갈수록 부족… 삼성-SK-LG 등 속속 계약학과 개설


19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미래차 산업 전환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국내 미래차 산업기술 인력 수요는 2028년 8만9069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5만533명 수준에서 76.3%가 더 늘어난다는 의미다. 분야별로는 친환경차 관련 7만1935명(80.8%), 자율주행차 관련 1만1603명(13.0%)의 인력이 각각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차도 연구개발(R&D)직과 SW 개발자에 대한 수요를 채우지 못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규 인력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 인력을 붙잡는 것에도 애를 먹을 정도다. 현대차그룹의 한 SW 개발자는 “2, 3년 이직을 위한 경력만 쌓고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정보기술(IT) 업종과의 임금 격차에 ‘집토끼 지키기’도 안 되는 상황이라 인력 확충은 바라지도 못할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이번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일차적 목적은 인재 확보다. 특히 학·석사 통합 과정으로 설계한 것은 IT로 빠지는 인재를 조기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또한 계약학과 졸업생들의 경우 쉽게 이직하지 않을 ‘우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도 기대를 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인력 부족은 미래차 산업뿐만이 아니다. 반도체의 경우 한 해 1만∼1만5000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이 채용돼야 하지만 실제 채용은 9000명 선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석사 및 박사급 인재는 연간 1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쟁적으로 국내 유명 대학들과 함께 계약학과를 개설했거나 신설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경쟁하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차의 배터리 부문에 부족한 인력만 3000여 명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은 너도나도 계약학과 설립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교수진 확보와 계약학과 정원 확대 등의 문제에 막혀 지금으로선 급한 불만 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력 부족 상황은 추후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추산에 따르면 이공계 입학 가능 자원은 2019년 19만9000명에서 2030년 15만1000명으로 감소한다. 관련 분야의 학사 이상 업계 신규 인력(졸업생)도 2023년까지 800명 부족에서 2024년부터는 4만7000명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