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지도 않은 내 집이 매물로? 유튜브 등 ‘낚시 매물’ 극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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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10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찾던 직장인 A씨(43). 우연히 유투브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발견했다. 다만 영상을 통해서 매물의 구조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해당 물건이 매매인지 전세인지 알 수 없었다. 층수나 방향, 주차대수 등과 같은 정보 역시 찾기 어려웠다.

보다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던 A씨는 결국 해당매물을 올린 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사무소 관계자는 전화로는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무실을 방문해야 한다는 말만 거듭했다.

#2. B씨(51)는 최근 불쾌한 경험을 했다. 아파트 시세가 급등한다는 말에 자기 집 시세가 궁금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다 자신도 모르게 한 블로그 게시판에 자신의 집이 매물로 올려져 있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단지 내 중개사무소 사장이 마음대로 벌인 일이었다.

B씨가 항의하자, 중개사무소 사장은 실수로 매물을 등록했다며 게시물을 삭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괘심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던 B씨는 ‘부동산광고시장 감시센터(감시센터)’에 사장을 신고했다.

두 사례는 모두 중개사무소가 소비자를 유인한 뒤 다른 매물을 소개하기 위해 ‘낚시성 매물 정보’를 올린 것이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낚시성 매물 등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규정과 처벌 근거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허위·과장 부동산 광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유투브, SNS에 허위 광고 빈발
국토교통부는 올해 1분기(1~3월)에 감시센터에 신고 접수된 광고와 유투브, 인터넷 카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진 광고 350건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감시센터에 신고 접수된 2739건 가운데 28.%인 779건이 허위·과장광고이거나 제대로 정보를 소개하지 않은 광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시의무 위반이 420건으로 가장 많았고, 허위·과장 등이 304건, 무자격자 광고가 55건이었다.

SNS 광고 350건에 대한 조사에선 무려 305건(87.1%)이 관련 규정 위반이 의심됐다. 유형별로는 명시의무 위반이 302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허위·과장 등이 29건, 무자격자 광고가 7건이었다.

일부 광고는 무자격자가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등 복수의 위반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위반의심 광고수(305건)보다 위반 의심사항(338건)이 더 많았다.

국토부는 위반의심 광고로 분류된 1084건에 대해서는 관할지역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규정 위반 여부를 최종 검증한 뒤 위반이 드러나면 과태료 등을 부과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이번에 상대적으로 관리가 취약한 SNS 광고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대비 의심위반 건수비율(위반율)이 일반 온라인 광고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확한 온라인 부동산 매물 정보가 소개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솜방망이 처벌에 줄지 않는 온라인 부동산 허위 광고
하지만 정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허위·과장 광고 신고는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KISO에 신고된 1분기 부동산 허위매물은 △12017년 7557건 △2018년 2만6357건 △2019년 1만7195건 △2020년 3만8857건 △2021년 3만1152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8월 관련 규정 개정으로 처벌 근거가 마련됐는데도 올해 1분기에 3만 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내용은 허위사진 게재나 대출조건·계약 방식 허위 기재, 불법증축 미등록 등 다양했다.

정부의 단속과 처벌 의지에도 이런 행위가 계속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올해 1분기 KISO에 신고 접수된 3만 여건 중 처벌 받은 중개업소는 3곳뿐이었고, 처벌도 ‘매물등록 제한 3회’가 전부였다.

국토부는 “위반 의심 표시·광고에 대해 적극적으로 신고와 함께 업계의 적극적인 자율시정 노력”을 당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토부의 의뢰를 받아 허위광고 모니터링 등을 맡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도 위반의심 사례에 대해 지자체에 검증 요구만 하고 있다.

● 구체적 정보 없는 광고는 일단 의심해야
결국 허위·과장 광고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소비자 스스로 규정을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만 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알기란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공인중개사업법에 따라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보를 소개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허위·과장 광고를 막기 위해 도입된 명시의무이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공인중개사업법에 따라 개업 공인중개사가 온라인 광고를 할 때 중개 대상물 별로 소재지와 면적, 가격, 층수, 방향, 방 및 욕실개수, 입주 가능일, 주차대수, 관리비 등도 명시해야만 한다.

예컨대 ‘3층/총20층’ 등과 같이 해당주택의 층수와 해당주택이 위치한 건물의 총 층수를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 다만 의뢰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저/중/고로 대체할 수 있다. 면적은 원칙적으로 전용면적(㎡)으로 표시해야 하되 아파트는 공급면적, 오피스텔은 게약면적, 단독주택은 대지면적을 함께 표시할 수 있다.

매매시 거래예정 가격도 ‘2억2000만~2억5000만 원’처럼 범위를 쓸 수 없고 단일 가격으로 표시해야만 한다. 임대차의 경우엔 금액이 정해진 경우엔 단일가격으로, 정률제인 경우엔 단일비율로 표시해야 한다.

만약 제대로 된 온라인 부동산 광고가 아니라고 의심되면 ‘한국인터넷광고재단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budongsanwatch.kr)를 통해 신고하면 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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