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적정 사망연령 63세?” 괴담까지…노후 최대 리스크는 자식인가[서영아의 100세 카페]

서영아 기자 입력 2021-05-09 09:00수정 2021-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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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부양 못받는 첫 세대, 부모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내 재산 내가 몽땅 쓰고 죽는다”
자녀에게는 사교육보다 금융교육을
몇 년간 끊임없이 SNS를 타고 돌아다니는 괴담이 하나 있다. 모 대학교수가 서울시에 사는 대학생을 상대로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이 뭔가’를 설문조사했더니 약 40%가 ‘돈을 원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부모가 언제쯤 돌아가시면 가장 적절한가를 묻자 ‘63세’라고 답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는 거다. 이유는 은퇴한 뒤 퇴직금을 남겨놓고 사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시니어들 SNS에 고전처럼 퍼날라지는 엽기유머
정말 이런 조사가 있었는지 궁금해 무차별 검색을 해봤지만 2015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찾을 수가 없다. 실제 조사가 아니라 일종의 엽기유머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용 내용도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문장이 퍼날라져 있어 민망할 정도다. 다만 이에 대한 부모세대의 폭발적인 반응들을 보면 노후를 둘러싼 이들의 서러운 마음이 어느 정도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나의 삶과 자녀의 삶을 되돌아볼 때 열심히 키웠지만 못해준 게 많고 늘 부족한 자신을 책하는 마음,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인생은 무엇이었는가 라는 자괴감이 반영돼 있는 것 아닐까.

실제로 자식에 대한 부담감은 시니어들, 혹은 예비 시니어들의 발목을 잡고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은퇴전문가들이 100세 시대 한국인의 풍요로운 노후에 암운을 드리울 요소로 ‘자식 리스크’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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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비는 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한국인 대부분이 자식에게는 일단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노후에 도움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면서 일단은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이 가진 ‘자식 리스크’는 제대로 된 노후준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은퇴전문가인 강창희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는 누차 지적하고 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영 대표도 한국인이 사교육비에 올인하는 것에 대해 기회있을 때마다 비판해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20세기식 교육에 기반한 사교육은 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실제 한국 경제의 ‘허리’인 40대는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에 힘쏟느라 노후 준비에 소홀하다고 지난 3일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내놓은 ‘생애금융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자녀가 있는 40대의 88%는 학원비로 월평균 107만 원을 지출하는 반면,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61만 원을 저축했다. 이들의 절반가량(53%)은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했거나 이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실 한국인처럼 자식에게 올인하는 부모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나이 30이 되도 취직 못하고 빌빌대면 끼고 살면서 용돈도 준다. 결혼한다면 자녀 전셋값을 위해 부모가 노후 비용을 탕진하려 든다. 그러다가 결국은 노후에 가진 거라곤 집 한 채와 국민연금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 “내 재산은 나를 위해 다 쓰고 간다”
노후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과정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언급된 40대의 생활방식이 쌓여 은퇴세대가 되는 것이다.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0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 4543만 원, 이중 부채는 8256만 원, 순자산은 3억 6287만 원이다. 가구주의 예상은퇴 연령은 68.1세였지만 실제 은퇴연령은 63.0세로 5년 이상 빨랐다. 은퇴 부부의 적정 생활비로 월 294만 원을 희망했지만 현실에선 턱없이 부족했다. 실제로 은퇴한 가구의 응답에서 생활에 ‘여유 있다’는 답은 8.7%에 불과했다. ‘부족하다’가 40%, ‘매우 부족하다’가 18.8%였다. 은퇴 가구의 생활비 마련방법은 공적연금과 공적수혜금이 66%를 차지했고 개인저축이나 사적연금은 4.1%에 불과했다.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베이비부머들은 자식 부양 받지 않는 첫 세대이자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다. 1970년대까지도 한국인 평균수명은 60세 내외였지만 수명이 늘면서 부양비용도 급증했다. 인간은 사망 전 1~2년 동안 평생 쓰는 병원비의 절반을 쓰게 된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재산을 자신의 노후 부양비용으로 다 쓰도록 설계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재산을 다 쓰는 안정적인 방법 중에는 병원비 등 비상자금을 제외한 자산들은 연금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금융자산은 원리금을 연금으로 받는 상품에 가입하고 부동산은 주택연금을 활용해 매달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주택연금은 사망시까지 주택의 잔존가치가 남아 있으면 자식들에게 상속이 된다. 이런 방법들은 공부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정보는 인터넷과 유튜브 등에 널려 있다.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집 한 채와 연금 정도를 손에 쥔 채 노후를 맞게 된다고 한다. 그래도 이전 세대에 비해 얼마건 공적연금을 확보한 건 다행이다. 여기에 주택연금을 보태면 어느 정도 여유있는 생활이 가능하다. 이런 부모의 삶을 보며 자녀들도 독립심을 갖게 될 것이다.

○ 유치원부터 금융교육, 사교육대신 주식 펀드를 사주자
바야흐로 10년 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다. 학원이나 과외 등의 사교육대신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할까. 많은 석학들이 유치원때부터 독서와 금융교육 체험여행 같은 자녀들의 성장에 자양분이 될 경험과 살아있는 지식을 접할 기회를 줄 것을 권한다. 이는 유태인의 교육법과도 유사하다.

어린시절부터 돈에 대해 배워야 돈을 이기는 어른이 될 수 있다. 과거 금융문맹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던 한국인들도 최근에는 금융과 투자에 급격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핀테크 강연에 몰려든 수강자들. 동아일보 DB

특히 금융교육은 필수다. 앞으로 살 날이 많은 자녀세대일수록 ‘복리의 마법’을 잘 알아야 한다. 가령 100만원을 매년 10% 복리로 운영하면 49년 뒤면 1억 원이 넘게 불어난다. 실전에서 자녀의 용돈으로 여기 도전하는 아빠들도 있다. 미국에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1만 달러를 투자해놓았더니 577배 올랐더라는 얘기도 유명하다. 현재 100만 원을 흐지부지하게 쓰려다가도 이게 50년 뒤 1억 원을 쓰는 것이라 생각하면 인내심은 절로 생겨날 것이다. 똑똑한 아이들이 쾌락을 뒤로 돌릴 줄 알더라는 마시멜로 실험 결과도 있지 않은가.

○ 오늘 당장 사표를 써라
미국의 재무설계사 스테판 폴란은 1997년 금융위기 때 불안에 빠진 미국의 40대들을 염두에 두고 쓴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에서 재산을 모아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 다 쓰고 간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최고의 자산 운용이란, 재산을 쌓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일에 쓸 줄 아는 것이라는 관점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벌 것인가만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잘 쓸 것인가도 고민하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4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오늘 당장 사표를 써라(Quit Today). 똑같은 일을 죽을 때까지 하지 말라. 끊임없이 새 직장을 찾아 새로운 일을 시작해라. 직장은 당신에게 평생을 약속하지 않는다. 직장에 대한 충성심은 버려라. 고용주는 당신에 대한 의리를 내동댕이친 지 오래다.

둘째, 현금으로 지불해라(Pay Cash). 카드는 비상용 한개만 남기고 모두 버려라. 주 단위로 생활계획을 세워 은행에서 생활비를 찾아서 사용하라. 돈을 쓰는 게 불편해지면 불필요한 소비, 충동구매를 피할 수 있다.

셋째, 은퇴하지 말라(Don‘t Retire). 은퇴생활이 ‘아름다운 휴가’라는 건 환상이다. 65세에 은퇴해 20년간 신통찮은 연금으로 연명하면서 빈둥거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건강도 나빠지고 정신도 녹슨다. 무슨 일이건 찾아서 하라.

넷째,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 위 세 가지를 실천했다면 이미 충분한 재산을 모았을 것이다. 손자의 학비나 가족여행비 등 당장 요긴한 지원이 필요하다면 부담없이 인심을 쓰고 감사 인사를 받을 수도 있다. 유산이 없으면 자식들이 당신의 죽음을 기다릴 일도, 형제끼리 다툴 일도, 가산을 탕진할 일도 없다. 다 쓰고 죽으라는 말은 결국 후회 없이 살라는 말이다. 돈은 지금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모으고 쓰는 것이다.

노후의 돈은 젊어서 잘 모으고 나이 들어 잘 써야 한다는 점에서 전체 코스를 염두에 두고 체력을 안배해야 하는 마라톤과 닮았다. 사진은 경주동아국제마라톤장면. 동아일보DB


○ 잘 모으기와 잘 쓰기, 부모세대부터 많이 공부해야
앞에 언급한 ‘63세’ 대학생 조사결과는 요즘도 자학개그처럼 부모세대에 의해 지인들에게 퍼날라진다. 오죽하면 2015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 일부러 부모 자녀 세대간 인식차이 조사를 해봤는데, 부모보다 자녀세대가 상속이나 부양에 대한 생각이 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국 한국 부모들의 비뚤어진 자식사랑 쪽이 아이들을 불행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일 수 있다. 부모세대부터 많이 공부하고 생각하고 바뀌어야 할 일이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
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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