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은퇴 약속 지킨 서정진 “원격진료 스타트업 맨땅서 시작”

홍석호기자 입력 2020-12-31 16:55수정 2020-12-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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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63)이 31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다른 임원과 마찬가지로 65세 정년(한국 나이)에 떠나겠다’던 은퇴 약속을 지킨 것이다. 서 회장이 5000만 원으로 창업한 셀트리온의 상장 계열사 3곳의 시가총액은 82조 원에 육박한다.

이날 셀트리온에 따르면 이날 서 회장은 별도 퇴임식 없이 주변 임직원들에게 “함께 해 영광이었다. 잊지 않겠다. 잊지 말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서 회장의 후임이 결정된다. 서 회장은 이때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추대될 예정이다.

은퇴에 앞서 최근 본보 기자를 만난 서 회장은 “새해에 인공지능(AI) 원격진료 스타트업을 맨땅에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접 병원을 찾기 힘든 고령자가 집에서 채취한 소량의 혈액만으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서 회장의 구상이다. 그는 “3월 주총이 끝나는 대로 30평 규모 사무실을 빌려 ‘무엇부터 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20여 년 전에도 같은 고민을 했다. 1998년 외환위기로 대우자동차 고문에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서 회장은 “대우자동차 출신 직원 5명과 하루 종일 ‘앞으로 뭘 할까’를 논의했다”며 “바이오 사업으로 정한 뒤 1차 목표는 ‘망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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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00년 넥솔(셀트리온의 전신)을 창업한 서 회장은 이듬해 에이즈백신 제조기술을 가진 미국 벡스젠과 기술제휴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서 회장은 “2004년 나온 임상 3상 결과가 애매했다. 주변에선 망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 덕분에 위탁생산(CMO)으로 전환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임상 결과가 잘 나와 기술제휴가 성공했더라면 지금의 셀트리온은 없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CMO 계약을 수주하기 시작한 셀트리온은 빠르게 성장했다. 2007년 아시아 최초 생산설비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다음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약품 복제약)였다. 서 회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제품은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2012년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와 이어 선보인 항암제 트룩시마와 허쥬마 등이 미국, 유럽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다.

서 회장은 “2020년 영업이익 기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중 셀트리온이 33~34위 수준까지 성장했다”며 “내년 20위, 2025년에는 10위권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는 것이 후배들이 이뤘으면 하는 셀트리온의 목표”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전통 국내 제약 1위 유한양행을 제치고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 회장은 공매도, 분식회계 논란에 시달렸다. 그는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뿐이라고 생각했다. 개발, 시설 투자, 직원 처우 개선 등을 아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계진출에 대해선 “해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좋아하고, 잘하는 사업을 계속하려 한다”고 선을 그었다.

홍석호기자 will@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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