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수수료 역풍’… 공정위 “인수합병 시장영향 조사” 칼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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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여부 심사중 수수료 개편… 시장지배력 가늠할 수 있는 사례”
獨 DH와 합병땐 배달앱 98% 점유… 값 인상으로 소비자부담 증가 우려
고객-가맹점 정보 독과점도 점검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요금 인상 논란을 일으킨 배달의민족(배민)의 인수합병이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강도 높게 조사하기로 했다. 배민은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배달서비스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 합병을 준비 중이다. 두 회사가 합치면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점유율이 98%로 올라간다. 민감한 시기에 ‘독과점 횡포’ 논란을 자초해 경쟁당국에 딱 걸린 셈이다.

7일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게 경쟁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보겠다”며 “인수합병으로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업체가 가격을 올려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특히 “기업 결합과 관련한 독과점 여부를 심사하는 도중에 수수료 체계를 변경한 건 배민의 시장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배민이 소상공인과의 가격협상력에서 절대적 우위를 갖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한 꼴이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국은 배민이 수수료를 개편하며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주와 줄어드는 업주의 비율이 거의 같다”고 설명한 것과 관련해선 배민의 내부 시뮬레이션 자료를 받아 분석하기로 했다. 배민이 시장조사를 정확히 진행한 뒤 수수료를 변경했는지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배민은 이달 초 기존 월정액(8만8000원)이던 수수료를 주문 매출의 5.8%인 정률제로 바꾸며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배민은 “일부 업소가 시장을 독식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수수료 개편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자영업자들은 “수수료가 2배 수준으로 뛰었다. 꼼수 인상”이라며 반발했다.

정치권까지 나서 비난의 강도를 높이자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6일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냈다. 당초 배민의 수수료 개편에 대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던 공정위 역시 여론이 악화하자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배민의 고객정보 등 ‘데이터 독과점’ 문제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배민이 기업 결합을 마치면 14만 개 이상의 전국 음식점 및 가맹점, 고객정보를 갖게 된다. 경쟁당국은 이 경우 배민이 정보를 움켜쥐고 새로운 배달 앱 시장이 생기는 걸 방해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의 배달 앱은 연간 2500만 명이 이용하는 만큼 정보 유출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정위가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데이터 독과점 문제를 들여다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국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기업 결합 불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계획이다.

한편 공정위는 배민과 DH의 기업 결합 심사가 최대 1년 가까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사기한은 28일까지지만 공정위가 추가 자료를 요구하고 업체가 이를 준비하는 기간은 별도로 추가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예상보다 심사 과정이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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