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업계 “뭉쳐야 산다”… 日 1, 2위 업체도 합병 수준 제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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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 대형사 통합 나서자… 日 선박 설계 등 합작사 추진
“상선 사업 국제경쟁력 강화” 밝혀… 글로벌시장 치열한 수주전 예고

일본 1, 2위 조선업체가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에서 합병에 준하는 연합전선 구축에 나선다. 한국과 중국의 대형 조선업체가 최근 통합을 추진하며 덩치를 키우자 자극받은 것이다. 세계 1∼3위 조선업 강국인 한중일을 대표하는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하면 내년부터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今治)조선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29일 2위 기업인 저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신주 발행 주식을 취득하고 양사의 상선 선박 설계를 전담할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제휴 방안을 발표했다. 양측은 구체적인 제휴 조건과 일정 등을 이달 안에 확정하고 내년부터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사의 전격적인 업무 제휴는 생산 비용 절감과 기술 공유 등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초대형 조선사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한국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시장 독과점 우려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며 각국 공정거래 당국에 기업 결합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 정부도 최근 자국 1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2위인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을 합병시켜 세계 최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G)을 설립했다.

이마바리조선은 “양사는 (한국과 중국 등) 각국에서 조선사가 통합 재편되면서 심한 경쟁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상선 사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토 다모쓰(齋藤保)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은 6월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글로벌 조선 시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이 1위 자리를 지켜오다 한국과 중국의 추격으로 일본 기업이 밀려났다. 일감이 줄어들자 조선업 재편에 착수한 일본은 이마바리조선이 자국 8개 중소 조선사를 인수합병(M&A)했고, IHI마린과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JMU가 탄생했다. 일본은 이에 힘입어 2015년 연간 수주량 기준으로 한국을 넘어섰으나 통합 출범한 JMU가 다시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마바리조선과 JMU가 업무 제휴에 나서도 컨테이너·벌크선 등 상선 건조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으로 당장 한국 대형 조선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결합 절차를 진행하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에 주력하고 있다. 양사의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60%가 넘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 조선사의 협력은 한국의 주력 분야인 LNG 운반선 시장에서는 큰 위협이 안 되겠지만 상선 분야에서는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일본 공정거래 당국이 자국 1, 2위 조선사도 통합에 준하는 수준의 제휴를 맺은 만큼 일본 공정거래 당국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9월부터 일본 공정거래 당국과 기업 결합을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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