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모은돈 절반 쏟아붓고 중장년은 은퇴자산 ‘묻지마 투자’
정부 경고에도 열기 식을줄 몰라… 가격 급등락에 개미들 손실 커져
직장인 김모 씨(29)는 지난해 아르바이트와 취업으로 모은 8000만 원 중 5000만 원을 가상화폐 ‘이더리움’에 투자했다. 평가액은 한때 1억1000만 원으로 치솟았지만 6000만 원으로 떨어진 뒤 현재는 8000만 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김 씨는 “가상화폐는 월급쟁이가 큰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여력이 되면 더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통화 시장에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젊은층은 물론이고 은퇴 자산을 투자하겠다는 중장년층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인기에 편승해 가상통화를 이용한 사기와 거래소 해킹 등 관련 범죄가 증가하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29일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 조달 방식인 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 발표에도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자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정부 대책 발표 당일에도 오프라인 가상통화 거래소인 ‘코인원블록스’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달 29일 이곳에서 만난 A 씨(59)는 “1000만 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며 “나중에는 ICO를 통해 사회적 기업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방침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히려 “내 지인은 집을 팔아 가상통화 채굴업체에 수억 원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가상화폐 투자 대열에 대거 올라타고 있지만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급변하고 있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7월 190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1일 오후 3시 현재 4322달러로 다시 껑충 뛰어 올랐다. 이더리움은 한 달 전 39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00달러까지 떨어진 뒤 1일에 298달러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 과정에서 손실을 보는 개미들이 적잖다.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올해 4월 여윳돈 500만 원을 리플에 투자했다가 가격이 폭락하면서 200만 원 손해를 보고 내다 팔아야만 했다.
전문가들의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은 튤립 버블보다 더 큰 사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분명히 유행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이다. 중국은 ICO를 전면 금지했지만, 일본은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등 각국의 움직임도 제각각이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가상통화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한 ‘우수한 기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화폐와 자산으로서 역할을 하기엔 미비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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