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끝판왕’ 케이뱅크 예금 1000억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인터넷銀 돌풍에 기존 은행 긴장

이달 3일 문을 연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사업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금은 1000억 원을 돌파했고 가입자 수도 16만 명을 넘어섰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연말까지 수신 5000억 원, 여신 4000억 원을 목표로 했는데 1주일 만에 예금 목표의 20%를 채웠다”고 밝혔다.

케이뱅크가 출범 초기부터 흥행몰이에 나서자 시중은행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곧바로 더 나은 금리를 제시하는 상품들을 내놓으며 맞대응하고 있다. 동시에 점포 수를 줄이는 등 체질을 개선하고 디지털 인력을 양성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도 가동하고 있다.

○ 불붙은 ‘이자 전쟁’

케이뱅크의 강점은 금리다.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2.73%다. 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1, 2%포인트 낮다. 예금금리도 시중은행보다 0.3∼0.7%포인트 높다. 케이뱅크의 돌풍이 심상치 않자 시중은행들도 이자 경쟁력을 높인 상품들을 내놓으며 고객 이탈 막기에 나섰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무이자 상품까지 내놓았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의 10%(최대 200만 원)까지 연 0% 금리를 적용하는 ‘ZERO금리 신용대출’을 7월 말까지 판매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 확보를 위해 무이자 대출뿐 아니라 다양한 금리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케이뱅크가 출범한 3일 연 2.1% 금리를 제공하는 ‘더드림이벤트 시즌2’의 판매를 시작했다. 5월 말까지 ‘더드림 키위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최고 0.9%의 우대금리가 적용돼 연 2.1%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정기예금(최고 연 2.0%)과 적금(최고 연 2.20%) 상품도 내놓았다.

중금리 등에서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저축은행들도 맞대응 상품을 선보였다. SBI저축은행은 이달 초 간판 중금리 상품(사이다)보다 최저 금리를 1%포인트 낮춘(최저 연 5.9%) ‘SBI중금리 바빌론’을 최근 판매하기 시작했다. 웰컴저축은행도 모바일이나 PC로 20분 만에 대출받을 수 있는 최저 연 5%대 금리의 사업자 전용 비대면 대출 상품(그날 대출)을 내놓았다.

○ 몸집 축소 등 체질 개선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수를 줄이는 등 체질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하반기(7∼12월) 내로 영업점 133곳을 32곳으로 통폐합한다. 그 대신 전문성을 갖춘 대형 점포를 순차적으로 열 계획이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대 규모의 자산관리 서비스 영업점인 ‘청담센터’를 선보였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서울 중구를 시작으로 100명 이상 근무하는 대형 점포 3곳과 비대면 센터를 개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점포 수를 줄여가는 추세다. 5, 6곳의 점포를 묶은 허브 센터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 은행 영업점 수는 7103개로 전년 말보다 175곳이 줄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가장 적다.

시중은행들은 “점포 수 감축은 숙명”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바일, PC 등 비대면 거래가 9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비싼 임차료 등 영업비용을 허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영업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장기전 대비해 인력 양성

시중은행은 디지털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직접 인력을 키우는 인력양성에도 나섰다. 신한금융그룹은 9월 디지털금융공학과를 개설하는 내용으로 이달 말 고려대와 업무협약(MOU)을 맺는다. 이 학과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금융 관련 전공을 배운다. 신한금융 직원 중 30여 명이 등록할 예정이다. 4학기가 끝나면 공학석사 학위를 받는다.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6월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고 나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우열이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위상이 정리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다른 은행의 한 임원도 “직원들이 열심히 한 덕에 초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한 달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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