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해외수주… 건설업계 ‘감원 칼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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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자회사 포함 1100명 구조조정 계획
대우건설 대대적 조직개편… 발전-플랜트 통합 추진
현대건설, 설계인력 감축

《 저유가가 장기화되고 해외 건설 수주 가뭄이 계속되면서 건설·엔지니어링 업계가 감원이나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주택시장의 호황으로 사업 손실을 막아왔지만 내년에는 주택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국내 상황도 불투명한 만큼 인력 감축과 조직 통폐합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5위권 내 대형 건설사들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거나 실시할 예정이다. 포스코건설은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에 맞춰 이달 말까지 전체 직원 5350명의 약 10%인 500여 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포스코건설의 자회사 포스코엔지니어링도 이달 초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전체 직원 1200여 명의 절반인 600여 명을 줄일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포스코그룹의 전반적인 상황 악화로 그룹 내 발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해외 부문에서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의 상반기 영업손실은 1771억 원, 당기순손실은 2145억 원(연결기준)에 이른다. 브라질 제철소 공사가 지연되면서 브라질 법인의 당기순손실만 1983억 원에 이르고 추가 손실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 직원은 지난해 말 7952명에서 올해 6월 말 7084명으로 900여 명 가까이 줄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직원을 지난해 말 6073명에서 올해 6월 말 5332명으로 740여 명 줄였다.

 삼성물산은 카자흐스탄 정부와 함께 추진하던 2조8000억 원 규모의 발하슈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지난달 중단했다. 앞서 올해 초 알제리와 카타르에서도 발주처의 재정난으로 각각 공사 중단과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등 대규모 구조조정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다른 건설사들도 인력 재배치 또는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정규직 직원의 업무를 계약직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여왔다. 해외 건설 부진이 좀처럼 타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수주액은 2014년 660억 달러, 지난해 461억 달러, 올해 들어 17일까지 190억 달러 등 해마다 30% 이상 줄고 있는 추세다.

 최근 박창민 사장이 취임한 대우건설은 다음 달 정기인사에서 발전·플랜트 부문 조직을 통합하고 해외 인력을 축소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통합 엔지니어링센터 설립을 추진하면서 설계 인력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도 플랜트 설계 인력 일부를 주택사업부로 전환할 계획이며, 대림산업은 해외 플랜트 신규 채용을 줄일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해외 건설이 중동 저유가 여파로 반 토막이 나면서 건설사마다 해외 부문의 인력 감축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해외 플랜트 인력들이 인력시장에 대거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는 재취업이 어려워 중국 등으로 인력이 유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해외수주#감원#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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