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社 손실 80%가 해양플랜트… 출혈경쟁 끝내야 숨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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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개조 이제는 실행이다]
정부 사업분야 조정 추진 배경은

6조8700억 원.

지난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 ‘빅3’가 해양플랜트에서 낸 영업손실 총액이다. 지난해 3개사의 총 영업손실 8조5471억 원(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손실을 2013, 2014년 회계에 반영하기 전 수치)의 80%에 해당한다. 해양플랜트는 2011년과 2012년만 해도 국내 조선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그러나 업체들의 설계 능력 부족, 저유가로 인한 발주 취소 및 인도 연기 사태가 겹쳐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 헐값 계약인지도 인식 못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물동량이 줄면서 상선 발주가 급감했다. 그러나 때마침 2010년을 전후해 유가가 치솟자 국내 조선 3사는 해양플랜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3개 회사가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다 보니 저가 수주 경쟁이 펼쳐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중공업이 2013년 30억 달러(약 3조4200억 원)에 수주한 FPSO(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하역 설비) ‘에지나’ 프로젝트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하지만 약 70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설계 능력과 원천 기술 부족이다. 국내 업체들은 설계 능력이 부족해 기본 설계를 프랑스 테크닙, 이탈리아 사이펨 등 해외 업체에 맡겼다. 설계 능력이 없는 만큼 원가를 산정하기 어려웠다. 기본설계가 잘못돼도 이를 검증할 수가 없었다. 또 기술 부족으로 공기가 지연돼 인건비가 증가하고, 인도 지연으로 인한 배상금도 물어야 했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주를 한다는 것조차 인식 못하고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고 말했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해양플랜트 중 드릴십(선박 형태의 원유 시추 설비)에서 한국 업체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64.2%다. 그러나 주요 기자재의 국산화율은 20%에 그쳤다. 기자재 대부분을 미국 NOV, 노르웨이 아케르 솔루션, 네덜란드 SBM 등으로부터 수입했다. 해양플랜트 전체 수주액에서 기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60%에 이르는 만큼 국내 업체들이 건조를 한다 해도 가져갈 수 있는 부가가치 창출은 제한적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핵심 기술은 북해 유전 탐사 경험이 있는 유럽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껍데기(구조물)’만 생산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부풀려졌다”고 꼬집었다.

○ 무작정 다운사이징은 안 돼

현재 정부가 고려하는 ‘다운사이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대로 2020년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로 상승하면 향후 상선시장에 불황이 오더라도 해양플랜트가 보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독과점 상황을 원하지 않는 만큼 만약 국내 해양플랜트 업체를 3개에서 1개로 줄인다면 중국 업체들을 키울 것”이라며 “무작정 다운사이징을 하면 해양플랜트 시장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향후 3, 4년간 해양플랜트 발주가 끊기면 해외 설계사들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 업체를 인수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해양플랜트 관련 불공정계약 시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지 않아 수주를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발주처가 기본설계에 대한 검증, 공정 지연 등에 대한 책임을 설계업체 등에 묻지 않고 모두 해양플랜트 건조업체(국내 조선업체)에 지우는 업계의 불합리한 계약 관행이 대규모 손실을 불러일으켰다는 판단에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한 분야부터 적용해 글로벌 관행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해양플랜트#산업#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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