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가 미래다]적자기업의 1000억 뚝심투자… 핀테크로 날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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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지문인식 업체 크루셜텍

《 한국 경제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과거의 성장 공식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이 이끌어온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 육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동아일보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소개하는 ‘중기가 미래다’ 코너를 마련했다. 》
▲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기술 개발에 1000억 원을 투자하는 
‘뚝심’을 보였다. 그 결과 BTP 기술 개발에 성공해 현재 국내외 15개 휴대전화 업체에 BTP를 공급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기술 개발에 1000억 원을 투자하는 ‘뚝심’을 보였다. 그 결과 BTP 기술 개발에 성공해 현재 국내외 15개 휴대전화 업체에 BTP를 공급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중국시장, 한국시장이 따로 없습니다. 시장은 세계시장 하나뿐입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국내 대기업을 뚫는 것보다 해외 기업을 뚫는 게 훨씬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내수 시장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 다음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모바일 지문인식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크루셜텍을 창업한 안건준 대표(51)의 생각은 달랐다.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크루셜텍 본사에서 만난 안 대표는 “창업 초기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며 “외국 기업들은 다른 것 따지지 않고 기술만 좋으면 인정해 준다”고 강조했다. 크루셜텍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90%에 이른다.

○ 해외에서 활로를


크루셜텍은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안 대표가 2001년 4월 설립한 중견기업(지난해 매출액 2625억 원)이다. 창업 초기 국내 대기업에 휴대전화 카메라용 플래시 모듈을 납품하면서 연간 50억 원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대기업의 휴대전화 판매 일정이 6개월 연기되면서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안 대표는 대기업에 종속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외국 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캐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블랙베리가 대표적 사례. 크루셜텍은 작은 버튼 위에 손가락을 움직이면 빛이 움직임을 인식해 마우스처럼 휴대전화 화면의 커서를 움직여주는 OTP(Optical Trackpa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블랙베리에 독점 공급했다. 2009∼2011년 세계 OTP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했다.

○ 3년 적자 때도 연구개발(R&D)에 1000억 원 투자


승승장구하던 크루셜텍은 블랙베리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잃으면서 함께 휘청거렸다. 2012년부터 3년간 적자를 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크루셜텍의 행보는 남달랐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3년간 1000억 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크루셜텍은 R&D센터를 세우고 연구 인력을 확충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 BTP(Biometric Trackpad) 기술이다. OTP에 지문인식 기능을 더한 장치인 BTP는 스마트폰 잠금 및 해제, 본인 인증, 결제 등을 할 수 있다. 보안이 중요한 핀테크 시대를 맞아 핵심 기술로 평가받으면서 현재 중국 화웨이 등 15개 국내외 휴대전화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2013년 158억 원, 2014년 12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던 크루셜텍은 지난해 영업이익 144억 원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 ‘퍼스트 무버’ 전략만이 살길

크루셜텍은 지적재산권 1100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지문인식 관련 기술 특허만 400여 건에 이른다. 안 대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개척자)’가 되자는 사명감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BTP 판매 증가세에 힘입은 크루셜텍은 올해는 전년 대비 매출이 갑절로 커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컴퓨터 마우스에 BTP를 결합해 인터넷 사용 중 자연스럽게 지문 인식이 가능한 기술도 최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지문 인식에 심박 측정 기능을 추가한 ‘안티-페이크’ BTP 기술도 하반기(7∼12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안 대표는 “안면 인식, 홍채 인식 등 생체인식 전문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중기#모바일#크루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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